각국 중앙銀 강달러 방어 안간힘…한은 금리인상 내년까지 지속

신흥국 외환보유고, 2008년 이후 가장 빠르게 감소 한은도 물가 안정 집중…내년까지 금리 3.25% 인상

2022-08-30     홍석경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높은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환율 상승압력 속에 신흥국들의 외환보유고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가장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가운데 각국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풀고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린 영향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다음 달에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들의 외환보유고 총액은 올해 1∼6월 3790억 달러(약 509조원) 줄어들었다. 하지만 외화 유출과 환율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고,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위기 징후가 가장 먼저 나타난 곳 중 하나는 스리랑카로, 5월에 이미 외화채권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달러 부족으로 에너지를 비롯한 생필품을 수입하지 못해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려는 행렬이 늘어서고 폭동도 빈발하는 상황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 항공사들의 4억6400만 달러(약 6000억원) 송금을 막았다. 이들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이집트·터키·가나 등이 외환보유고 부족에 따른 위기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체코와 헝가리도 올해 외환보유고의 15%, 19%를 풀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타격을 받았으며,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25% 넘게 떨어졌다. 더 큰 우려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라며 “물가 안정은 연준의 책임이자 경제의 기반 역할을 한다.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물가상승률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초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데 이어 다음 달 회의에서도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를 큰 폭으로 웃돌면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물가상승 압력이 커진다. 지난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졌다. 하지만 예상대로 다음 달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면 미국(3.00∼3.25%)의 기준금리 상단은 우리나라보다 0.75%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증권 시장에선 파월 의장 발언 여파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나온 한국과 미국 통화당국 수장들의 발언이 매우 동일한 수위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며 “그간 금융시장에 형성된 통화정책 전환 기대는 다소 과도했다”고 설명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물가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기 전까지 점진적 수준 이상의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연말까지 미 연방기금 목표금리 최종 수준 전망치를 연 3.50%에서 4.00%로 수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내 한은 기준금리가 연 3.00% 수준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며 “물가 대응을 강조한 이창용 총재의 발언과 내년 물가 전망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1∼2회 정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정도는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은이 성장보다 물가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데다 정부의 긴축 재정 정책의 공조도 시사했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말 우리 기준금리 전망치를 연 3.00%로 제시하지만, 이번 인상 사이클 금리 상단을 연 3.25%로 전망한다”며 “내년 최종금리 종착점은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과 총재 시각차의 축소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