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론스타에 이자·배상금만 3천억원…ISDS 소송 6건 더 있다

정부, 빠른 시일 내에 ‘불복 절차’ 등 검토 만약 배상 시에는 국고 들여 지급 나설 듯 론스타 외 ISDS 소송 ‘6건’…판결 영향 ‘촉각’

2023-08-31     홍석경 기자
외환은행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과거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 간의 국제 투자 분쟁이 10년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지난 6월 ‘중재 절차 종료’를 선언했고, 31일 판정을 선고했다. 중재 절차가 종료되면 120~180일 안에 판정 선고를 내리게 된다. 한국 정부나 론스타 측은 ISDS 판정 선고 이후 120일 안에 선고 취소 신청을 해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판정문을 면밀히 분석해 불복 절차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법무부 역시 판정 결과에 따른 각기 다른 시나리오별 대응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 규칙상 취소 절차가 있긴 하지만 중재판정부가 명백히 권한을 이탈했거나 절차 규칙에서 정한 사항을 이탈한 경우, 판정에 이유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이 심리에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다면 결론이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론스타 측이 이번 판정 결과에 불복해 취소 신청 절차를 밟는다면 최소 1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분쟁이 다시 장기화될 수 있다.

◇배상금·이자 규모만 무려 3000억원…국민 혈세 투입 ‘불가피’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소송에서 일부패소하면서 지급해야할 배상금과 이자 규모만 3000억원에 달한다. ICSID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의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2억1650만달러와 이자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정부가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원/달러 환율 1300원으로 환산하면 우리 돈으로 약 2800억원 수준이다. 2011년 12월 3일부터 배상금을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도 배상해야 하는데, 이는 약 185억원으로 추산된다. 2800억원의 배상금은 론스타가 요구한 금액 약 6조원의 4.6% 규모지만 이자까지 3000억원의 돈을 국민 세금을 들여 지급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우리 정부가 ISD에서 져 수천억원대 배상금을 지급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배상에 나선다면 단독으로 국고를 들여 수천억원대 배상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나 관련 공무원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배상금과 이자를 한 번에 당장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정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판정에 대해 120일 이내에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판정 취소는 중재판정부가 적절히 구성되지 않았거나 권한을 명백히 이탈했을 때, 기본적인 심리 규칙에서 중대한 이탈이 있었을 때 등 요건에 해당해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판정 취소를 신청한다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배상금 지급까지의 기간만 길어져 이자가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론스타 측과 분할 지급에 대한 협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취소 신청 여부와 신청시 결과, 분할지급 협의 여부와 그 결과 등에 따라 배상금 최종 액수와 지급 방식,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최종적으로 배상금 관련 세부 내용이 결정되면 정부는 예산을 통해 이를 지급할 방식을 확정해야 한다. 배상금은 예비비나 법무부 관련 예산 등으로 충당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최악의 경우 배상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액수가 조 단위까지는 아니기에 추경 편성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外 우리 정부에 제기한 ISDS 소송만 ‘6건’

우리 정부가 국제 분쟁을 겪고 있는 사건은 론스타뿐만이 아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사건은 현재까지 총 10건으로 이날 판정이 나온 론스타 사건을 제외하고 6건이 진행 중이다. 나머지 3건 가운데 1건은 한국 정부가 승소했고 1건은 패소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의 네덜란드 자회사 하노칼이 2015년 제기했던 소송은 중도 취하됐다. 론스타 다음으로 청구액이 큰 소송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엘리엇이 제기한 소송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7억7000만달러(약 1조368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S를 제기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캐피털(메이슨)도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 투표를 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해 2억달러(약 2693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2018년 9월 ISDS를 제기했다. 같은 해 10월 스위스 기업 쉰들러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부당하게 방치해 손해를 입었다며 1억9000달러(약 2558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20년에는 중국 국적의 청구인이 본인 소유의 국내회사 주식에 대해 우리은행이 담보권을 실행한 것과 국내 법원의 관련 민·형사상 재판 절차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ISDS를 청구했다. 이 사건은 아직 청구액이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ISDS 제기가 이어졌다. 미국 국적의 청구인이 부산시 수영구의 재개발사업에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이 수용돼 손해를 입었다며 537만달러(약 72억원) 배상을 청구했다.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의 소유주인 다야니 일가는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계약금 578억원이 채권단으로 넘어가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했던 1차 ISDS에서 승소한 뒤 지난해 11월 2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중재판정부가 약 730억원의 손해배상을 판정했지만 한국 정부가 배상금 지급을 미루자 다시 소송을 낸 것이다. 청구액은 1억달러(약 134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