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매각 관여 관료들 책임론 다시 불거질 듯

외환은행 인수 승인 담당한 ‘금융위 고위직’ 책임론 법원은 이미 무죄 판결…민·형사상 책임 묻기 쉽지 않아

2022-08-31     홍석경 기자
사진은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에서 한국 정부가 3000억원 가까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31일 나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관련 승인에 관여했던 전·현직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도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정부가 판정문을 받은 뒤 120일 안에 판정무효 신청을 통해 이의 제기도 가능하지만, 당시 의사 결정에 관여했던 인사들에 대한 일부 책임론 제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2011년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할 때 승인 등을 담당했던 금융위원회 고위직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금융위원장은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부위원장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무처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맡고 있었다. 추 경제부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매각 과정에 관여하기도 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론스타를 매각할 때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한국 정부는 은행법에 규정된 매각승인 심사 기간(60일)이 권고 사항에 불과하고 서류 보완 기간을 고려하면 기간을 초과한 게 아니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당시 기준으로선 정당한 판단이었으며 직무상 위법행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배상 판정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애초 한국 정부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도록 승인한 게 잘못이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인수가 금지돼 있는데, 금융당국이 예외 승인을 통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넘긴 게 ‘잘못 끼운 첫 단추’였다고 지속해서 비판해왔다. 특히 현직 고위공직자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 경제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론스타와 관련한 책임론이 집중적으로 거론된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론스타와 관련이 있다. 2008년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자인했을 때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그러나 론스타 관련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의혹과 관련해선 감사원 감사와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이어졌지만, 법원 판결을 거쳐 이미 무죄로 사법적 결론이 난 상태다. 형사처벌에 필요한 시효도 종료됐다. 중재판정부의 배상 판정에 책임이 있는 전·현직 금융관료들에게 국가가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직무상 위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관료 개인에게 배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