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 ‘SI펀드’로 디지털 혁신

‘빅블러’ 시대 맞아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 조성 목적

2023-08-31     이보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금융지주들이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전략적 투자(SI)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아 단순한 투자에서 그치지 않고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다음달 초 1000억원 규모의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SI 펀드인 ‘NH디지털 얼라이언스 펀드’(가칭) 1호를 설립한다. 이어 내년 동일규모 2호 펀드를 결성해 총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은 혁신 기술 스타트업과 예비 유니콘, 플랫폼 사업자 등 다방면의 디지털 선도기업이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은 “플랫폼 생태계는 개방과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한다”며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KB·신한·하나금융은 그룹사 공동 출자를 통해 조성한 디지털 SI 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펀드 규모는 3000억원 수준이다. SI펀드는 유망 기업 발굴, 비즈니스 협업 강화 투자에 따른 수익 추구가 목적이다. 금융지주들이 SI펀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최근 금융업과 비금융업의 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진 ‘빅블러’ 현상이 나타나면서 상호 협력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가장 먼저 그룹사 차원에서 디지털 SI펀드를 조성한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유망 벤처·스타트업과 예비 유니콘 기업에 투자하는 디지털SI 펀드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30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이어 올해 5월 2호 펀드도 3000억원 규모로 만들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의 효용이 여러 그룹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져 SI펀드를 그룹사 차원으로 조성하게 됐다”며 “단순히 차익을 실현하기 보다는 ‘상생’에 초점을 맞춰 우수기술 보유 업체를 지원하고 그룹사와 협업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존 펀드 조성분 소진률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펀드 조성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른 금융지주도 SI펀드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혁신 기술·디지털 플랫폼 기업 투자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SI 펀드 ‘KB 디지털 플랫폼 펀드’를 30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하나금융은 올 5월 혁신기술 벤처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SI 펀드 ‘하나 비욘드 파이낸스 펀드’를 3000억원 규모로 설립했다. 우리금융도 그룹사 출자를 통해 2000억원 규모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