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증시 침체에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달 9개의 기업이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전문가들은 낮은 공모가격과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수요예측에 나서는 기업(스팩 제외)은 선바이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더블유씨피(WCP), 핀텔, 에스비비테크, 알피바이오, 플라즈맵, 샤페론, 이노룰스 등 9곳이다. 앞서 쏘카가 증시 입성 후 부진한 성적을 보였고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한 바 있어 이들 기업이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불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전기차 2차전지 분리막 전문기업인 WCP는 3조원의 몸값을 가져 올 하반기 최대어로 꼽힌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8만~10만원으로, 공모가 상단으로 추정할 경우 예상 시가총액은 3조4000억원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다.
WCP는 지난 7월 IPO를 위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일정을 기존 8월 1~2일에서 9월 14~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상반기 실적을 공모가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실적 상승세를 통해 공모 시장에 회사의 성장성과 경쟁력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입장을 냈다. WCP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1174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으로 각각 59.9%, 26.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25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AI) 기업들도 증시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 전환 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 전문기업인 이노룰스는 이달 22일부터 23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27일과 28일 일반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이노룰스의 총 공모주식수는 115만4744주로 주당 공모 희망가는 1만1000원~1만2500원이다.
이노룰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81억원, 영업이익 31억원, 순이익 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약 164억원, 영업이익은 15억원, 순이익 14억원으로 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고해상도 AI 영상분석 전문기업인 핀텔은 이달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20일부터 21일까지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 총 공모 주식 수는 200만주로 희망 공모가 범위는 7500~8900원, 총 공모금액은 150억~178억원이다. 낮은 공모가에 핀텔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핀텔은 인공지능 기술을 지능형 교통체계 사업에 접목시키고 있다. 화질의 손상 없이 원본 영상을 그대로 분석하는 고해상도 인공지능 영상분석 기술을 적용하고 실시간으로 수집된 교통정보를 분석해 교통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신호를 제어한다. 특히, 컴퓨팅 자원을 절약하며 원거리 소형객체까지 실시간 분석할 수 있어 정확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선바이오, 알피바이오, 플라즈맵, 샤페론 등 바이오기업의 상장도 다수 예정돼있다. 선바이오는 의약품 제조 및 연구개발 기업으로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다. 오는 5~6일 기관 수요 예측 후 13~14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4000~1만6000원으로 공모주식 수는 61만6000주,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724억~1970억원이다. 하나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는다.
알피바이오는 연질캡슐 등 의약품 제조업체다. 오는 15~16일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20~21일 일반 청약을 앞두고 있다. 공모가 희망 밴드는 1만~1만3000원이다. 알피바이오는 올해 상반기 681억원의 매출액과 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바이오 의료기기 기업인 플라즈맵과 면역학 기반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인 샤페론은 기술특례상장제도로 IPO에 나선다. 플라즈맵의 공모가 희망 밴드는 9000~1만1000원이며 총 공모 주식 수는 177만1000주로 공모금액은 약 159억~195억원이다. 샤페론의 공모가 희망 밴드는 8200~1만200원이며 총 공모 주식 수는 274만7000주, 예상 시가총액은 1823억~2268억원이다.
전문가들은 신규상장 기업의 매출액과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신규 상장 종목의 경우 실적 업데이트가 늦거나,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돼 실적에 비해 저평가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신규 상장 종목 중 높은 매출액·영업이익 성장성을 보유하고 업종 내 타 업체 대비 저평가된 기업들을 봐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