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쫓는 시중銀 정기예금금리…연내 4% 돌파 전망 우세

우리‧하나‧농협은행, 예금금리 연 3.4~3.6% ‘저원가성’ 수신 비중 늘어…향후 비용 부담 가중

2023-09-04     김경렬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시중은행 정기예금금리가 올해 안으로 4%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들어 4%짜리 저축은행 정기예금이 나오면서 은행의 금리 추격은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수신상품에 뭉칫돈 유치를 위한 업권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는 4%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우리 'WON플러스 예금‘의 12개월 만기 기준 최고금리는 연 3.6%다.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의 12개월 만기 최고금리와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의 12개월 만기 최고금리는 3.4%다. 신한은행의 경우 ‘쏠만해 적금’의 12개월 만기 최고금리가 5.5%다.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예금 최고금리 역시 이미 4%를 넘겼다. ‘KB마이핏적금’의 12개월 만기 기준 최고금리는 4.4%다. 수신금리가 4%대로 치솟은 것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후속조치다. 지난달 25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연 2.50%로 0.25%p 상향조정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 소식 직후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행렬이 이어졌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예·적금 38종의 기본금리를 최대 0.40%포인트(p) 상향했다. 상품별 가입 기간에 따라 거치식 예금은 최대 0.25%p, 적립식 예금은 최대 0.4%p 올렸다. 우리은행은 21개 정기예금, 26개 적금 금리를 최대 0.50%p 인상했다. 예금 상품 중 비대면 전용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3.60%에서 연 3.80%로 올랐다. 적금 비대면 전용 상품인 ‘우리 200일 적금’ 금리도 최고 연 2.60%에서 연 3.10%로 뛰었다. 하나은행 역시 적금 18종과 예금 8종의 금리를 최대 0.30%p 인상했다.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과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은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3.70%에서 연 3.95%로 올렸다. ‘369 정기예금’ 1년 만기 최고금리는 연 3.10%로 상향조정했다. 은행이 정기 예‧적금 금리가 연신 오르면서 고객의 발길도 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월 말 729조8206억원으로 7월 말 이후 17조371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기 적금도 38조1167억원에서 38조7228억원으로 6061억원 늘었다. 정기 예·적금이 한 달 새 17조9776억원 불어난 셈이다. 올해로 따지면 약 8개월 동안 정기 예·적금 규모는 약 70조원 커졌다. 은행들이 예년보다 빠르게 수신금리 인상 결정을 밝힌 데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치 외에도 최근 시행된 예대금리차 통합공시에 따른 브랜드평판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예대금리차는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것으로 차이가 큰 만큼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은 금리상승기에 소비자들에게 은행별 금리 산정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통합공시를 1개월 마다 단축해 시행하기로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통합공시 이후 브랜드평판에 타격이 은행들이 예상한 것보다 컸다”며 “평판 관리 차원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증권과 부동산 시장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정기예금 금리가 오르자 시중 부동자금이 정기예금으로 향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은행 총수신 규모는 전년 대비 8% 늘어 2200조원이다. 정기예금은 7월 중 31조700억원 늘어 통계치 작성 이래 최대 순증 폭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수시입출금식예금은 53조3000억원 줄었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총수신에서 저원가성 수신 비중이 줄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은행으로선 조달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높아진 시장금리와 은행의 수신 확보 노력 등에 의해 부동자금이 정기예·적금으로 확연하게 이동하고 있다”면서 “이는 은행의 조달 비용 측면에서 포트폴리오상 불리해지는 국면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승한 조달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는 규제 상황과 부진한 가계 대출 수요 등은 마진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