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역대급 초강력 태풍 제11호 ‘힌남노(HINNAMNOR│라오스가 제출한 국립공원 이름으로 돌가시나무 새싹 의미)’가 ‘매우 강한’ 태풍의 위력을 유지한 채 한반도에 근접해 오고 있어 재해 대비에 초비상이 걸렸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월 3일 오전 10시를 기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리고 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한 데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4일 오후 4시 30분을 기해 비상 대응 수위(총 3단계)를 1단계에서 바로 3단계로 격상했다. 최근 5년간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16건 중 1단계에서 3단계로 즉시 상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지난 9월 4일 오후 3시 현재 대만 북동쪽 390㎞ 해상에서 북상 중인 ‘힌남노’는 6일 새벽 3시 서귀포 동북동쪽 50㎞ 해상을 지난 뒤 6일 아침 8시께 경남 통영 부근에서 한반도로 상륙해 영남 지역을 북동진해서 이날 오후 3시께 동해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보했다. 태풍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긴 1959년 9월 17일의 ‘사라(951.5h㎩│849명의 인명피해와 당시 화폐 단위로 약 1,662억 원, 현재 가치로 5조4,700억 원대의 재산피해)’나 2003년 9월 12일의‘매미(954h㎩│132명의 인명피해와 4조2,225억 원의 재산피해)’와 비슷하거나 능가하는 위력을 가진 데다 전국 대부분이 직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여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추석을 앞두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국가역량을 집주(集注)하여 총력 대응해야만 한다.
‘힌남노’는 보통 태풍과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여느 태풍이나 북상 과정에서 세력이 약화하는 것이 일반적 특징인 데 비해 ‘힌남노’는 대만 동쪽 해상에서 다시 강도를 키웠다. 태풍은 중심으로 갈수록 기압이 낮아져 회전하는 풍속은 더 커진다. 가장 큰 회전속도인 풍속을 ‘태풍 최대풍속’이라 하며 최대풍속이 초속 54m 이상을 ‘초강력 태풍’이라 하고다. 그 이하 초속 44m까지의 태풍을 ‘매우 강’으로 표시하고 있는데 ‘힌남노’는 실제 ‘초강력’에서 ‘매우 강’으로 등급이 낮아졌다가 북위 30도 선을 넘는 9월 5일 오전 9시쯤엔 중심기압 920hPa, 최대풍속이 초속 54m에 이르는 ‘초강력’급 태풍이 돼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을 키우는 바다 열에너지가 평소보다 20%는 많은 데다 수증기도 풍부한 데 반해 ‘힌남노’가 세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할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하는 9월 6일에는 중심기압 945hPa, 최대풍속 초속 45m로 ‘매우 강’급으로 한 단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것만으로도 최악의 피해를 낳은 ‘사라’나 ‘매미’를 능가한다. ‘힌남노’의 또 다른 특징은 강풍과 더불어 폭우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9월 6일까지 전국에 100~300㎜, 남해안과 제주지역에 400~600㎜, 수도권에도 최대 3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는데, 시간당 100㎜ 안팎의 ‘물 폭탄’도 예고했다. 9월 5일과 6일 이틀간 역대급 최대 강도의 바람과 비 그리고 해일이 한반도를 덮칠 것으로 예측된 만큼 시설 파괴, 항만 돌풍, 크레인 전도, 농작물 피해, 침수 및 범람, 산사태, 건물 붕괴, 도로유실 등에 대한 특단의 대책과 각별한 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저지대와 반지하, 지하차도 등 상습 침수 지역과 취약계층 주거지역에 대해선 가일층 각별한 예방점검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태풍 대비요령 숙지 등 개인의 안전의식 함양과 안전 지식 습득은 두말할 나위 없다. ‘힌남노’는 중심기압이 낮은 만큼 해수면을 누르는 공기가 약해져 폭풍해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범람 우려가 있는 하천 근처에는 주차하면 안 되고, 간판이나 지붕 등이 강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자전거 등은 미리 집 안에 들여놓는 게 좋다. 태풍이 상륙하는 경우는 도심에서는 외출을 삼가고 이동 시 간판 등이 많은 장소나 낙하물이 많은 곳을 피해야 한다. 가로수도 강풍에 넘어지거나 꺾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도로에 물이 넘치기 시작하면 지난달 초 수도권 폭우 때 위험성이 드러난 맨홀 주변엔 절대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수도권과 중부 지방이 큰 수해를 입은 지 불과 며칠 되지 않아 다시 그보다 더한 물 폭탄과 함께 초대형 태풍이 엄습해오고 있으니 걱정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최대의 대비를 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자연재해를 인간이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의 힘으로 피해만큼은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지난달 호우 때처럼 재난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일이 재연돼서는 결단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가 한발 앞서 더 강하고 완벽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와 민간은 가용 가능한 한 자원을 총동원해 최고의 예방 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함은 물론 ‘컨트롤타워(Control tower)’부재 논란을 빚은 폭우 사태와 같은 치둔(癡鈍)의 우(愚)는 다시는 범해선 안 된다.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제적 조치가 현장에서 작동하는 것과 함께, 시시각각 일어나는 상황 및 대책을 실시간으로 제대로 알리고 국민과 함께 국민의 숨결을 호흡할 때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일컫는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By failing to prepare you are preparing to fail)”라고 말했다. 사자성어에도 준비의 중요성에 대한 명구가 즐비하다. 유비무환(有備無患 │ 미리 준비해 두면 근심할 것이 없음), 거안사위(居安思危 │ 편안히 살 때 닥쳐올 위태로움을 생각함), 초윤장산(礎潤張傘 │ 주춧돌이 젖으면 비가 올 징조이니 미리 우산을 준비함), 상두주무(桑土綢繆) │ 새는 장마를 대비하여 뽕나무 뿌리로 둥지에 물이 새지 않게 함)의 교훈을 생각해 봐야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 │ 1 : 29 : 300의 비율│한 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가 29번이나 발생하고, 그 징후들이 300번이나 먼저 일어난다는 법칙)이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단언컨대 태풍을 막거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어도 피해만큼은 줄일 수 있다. 깨어있는 명료한 의식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견지하고 취약한 곳부터 챙기고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며 예방과 대비에 국가역량을 총 집중해야만 한다. 안전은 관심이고, 실천이며, 행복이다. 영혼의 언어는 느낌이고, 가슴의 언어는 선택이며, 육체의 언어는 행동이다. 생각하면서 뛰면 늦다. 뛰면서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안전 현장의 영웅들이 말하는 소방정신이며 행동(Acting)이 생각(Thinking)보다 우선한다는 이유다.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죄악이다. 실천을 최 우선한 실행력 기반 재난 대비로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는데 전 국민이 각기 역량을 모으고 모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