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보다 무서운 ‘힌남노’ 상륙에 전국이 '초긴장'

양측에 고기압 끼고 강해져···농가·양식업계 추석 앞두고 '날벼락' 만조 때 겹치며 '폭풍 해일' 우려도···2003년 매미 공포 재현되나

2022-09-05     이소현 기자
제11호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매미'와 '사라' 보다 강력한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남해안을 강타해 전국에서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한반도를 지나치면서 태풍이 더 강력해지고 폭풍해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전국이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5일 기상청은 "제 11호 태풍 '힌남노'는 6일 오전 7시 경남 해안에 도달하고 오전 9시 부산 북북동쪽 80km 지점을, 정오 전에 울산과 경북 경주 부근을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북진하면서 중심 위치가 좌우로 50㎞ 이상 변동하고 있다"면서 특정 지역을 상륙 지점으로 상정하지 말고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제주의 경우 지난 2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지점별 강수량은 한라산 윗세오름 694㎜, 진달래밭 646㎜, 성판악 432.5㎜에 달했다. 힌남노는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서귀포 남남서쪽 약 330km 해상에서 중심기압은 930hPa, 최대풍속 초속 50m에 시속 20km의 속도로 한반도를 향해 북동진했다. 이는 바위를 넘어뜨리고 콘크리트 건물이 부서질 정도의 강풍이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의 한 찻길로 가로수가 쓰러졌고 낮 12시 7분께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의 한 주택 지붕 위로 인근에 있던 나무가 쓰러졌다. 또 제주시 아라아이파크아파트와 이도동 제주제일중학교 인근 도로에 있는 중앙분리대가 전도돼 철거되기도 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포구에 정박해 있던 어선 1척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굴리에서 산사태가 발생, 왕복 2차선 도로의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주변 기상 상황이 겹쳐지며 힌남노는 강력한 위력을 갖게 됐다. 힌남노의 양측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은 태풍의 저기압성 회전을 강화해 태풍의 위력이 강해졌다. 태풍의 영향권으로 진입한 제주는 이날 오전부터 전역에서 50건의 침수 신고가 접수됐다. 초고층 아파트가 많은 부산에서는 '빌딩풍'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빌딩 사이는 주변보다 2배 강한 돌풍이 불어,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 때도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추석을 앞두고 수확철에 들어선 농가도 '초긴장' 상태로 들어섰다. 울산시에서는 농촌의 농경지 배수와 전작물 지주 설치, 과수 조기 수확, 비닐하우스 238㏊ 고정 등 조치를 독려하고 나섰다. 대구시도 농촌지역 농작물 및 비닐하우스 등 농·축산 시설물의 파손 대비에도 철저를 기할 예정이다. 남부지역의 양식업계는 2003년 태풍 '매미'의 피해가 반복될까 우려가 크다. 태풍의 영향권인 경남은 전국 해상 가두리 양식장의 45% 이상이 밀집된 곳이다. 2003년 당시 '양식장이 반파됐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양식장 대부분이 파손되고 양식어류가 달아나며 약 2433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상륙 시점에서 930hPa 수준으로, 한반도에 상륙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들보다 강력할 전망이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력한데, 역대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던 1959년 '사라'의 중심기압은 최저 951hPa(부산)이었다. 두 번째로 강력했던 2003년 매미의 경우 954hPa(통영)를 기록했다. 사라는 849명의 실종·사상자를 낳았고, 매미는 총 6만1844명의 이재민과 4조2225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발생시켰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미 때와 같은 '폭풍해일'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예상대로라면 힌남노가 남해안에 상륙하는 시간과 만조 시각이 겹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6일 마산에 폭풍 해일 특보의 기준을 넘어선 2m53cm 높이의 해일이 올 것으로 예보했다. 매미 당시 폭풍 해일이 발생하면서 부산항 컨테이터 부두의 대형 크레인이 전복되는 등 막심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