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테러지원국 지정에 'NO'
젤렌스키 "러시아는 테러리스트…어떤 타협도 못해"
2023-09-06 김연지 기자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6일 로이터, 머니컨트롤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러시아가 테러지원국에 지정돼야 하는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미국 의회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7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행정부가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의회가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상원과 하원에는 러시아가 테러 행위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법안과 결의안이 제출된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미국을 향해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리 국민과 우리 영토에서 한 일을 보면, 우리가 테러국가를 상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테러리스트와 대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간과 고문, 살인이 자행됐고, 이것은 전쟁이 아니다. 러시아가 우리에게 행한 것은 명백한 테러"라며 "우리는 테러리스트와는 어떤 타협도 할 수 없다. 테러리스트와는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주저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것은 미러 양국 관계가 완전한 파국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다르치예프 러시아 외무부 북미국장은 러시아 타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경우 양국 간 외교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 심지어 단절시키기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 측에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러시아 자산을 압수할 가능성이 있다면 두 나라의 관계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현행법상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권한은 미 국무부에 있다. 현재는 북한·이란·쿠바·시리아 등 4개국이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돼 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는 원조와 국방 관련 수출·판매를 제한하고, 군민 양용 물품의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 특히 테러지원국과 거래한 이들에 대한 제재도 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