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실적 은행 쏠림 심화…非은행·非이자가 성장 발목
10개 지주사 은행 이익 비중 56.3%...전체 순익 견인
비이자이익 추락…M&A 등 은행 의존도 해소 총력
2023-09-06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의 은행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대출수요 증가와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은행 이자 이익 개선에 기대는 수익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다만 증권·카드 등 비(非)은행 부문 기여도가 후퇴하면서 ‘은행 쏠림’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역대급 실적에도 안주할 수 없는 금융지주들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한창인 모습이다.
그동안 금융지주들은 은행 쏠림을 개선하고 비은행 자회사를 키우려 애썼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4대 금융지주마저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비은행과 비이자이익 강화가 하반기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10개 금융지주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은행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652억원(13.9%) 늘어 지주사 전체 순익 증가를 견인했다.
보험사 순이익은 3592억원(30.3%) 늘었고,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은 같은 기간 순익이 3032억원(15.6%) 증가했다. 반면 금융투자(증권사)는 증시 부진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 등으로 순이익이 작년 상반기 대비 1조325억원(35.2%) 줄었다.
은행 이익이 지주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의 56.3%로 작년 상반기보다 4.3%포인트 높아지며 절대적이었다.
4대 금융지주로 좁혀봐도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지주가 달성한 순이익에서 KB국민·신한·하나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보다 일제히 커졌다. △KB금융-국민은행 57.5→62.6% △신한금융-신한은행 56.1→61.9% △하나금융-하나은행 71.5→79.5%로 1년 사이 5.1~8%포인트 올랐다.
같은 맥락에서 은행 이자이익에 의존한 수익구조도 문제로 대두된다. 실제 4대금융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18조86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늘었다. 액수로는 3조359억원 증가한 규모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1년 새 1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이 거둔 비이자이익은 총 5조2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 줄었다. 액수로 따지면 1조958억원 감소했다.
비이자이익 실적이 나빠지게 된 배경으로는 우선 정부의 규제가 꼽힌다. 과거 은행들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에서 대량의 원금 손실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투자 상품에 대한 전면 점검을 벌였고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증시 악화도 금융그룹 비이자이익의 발목을 잡은 요인이 됐다. 올해 들어 증시 여건이 악화되면서 증권 부분 실적이 부진의 늪에 빠진 탓이다. 아울러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유가증권 평가 이익과 주식 중개 수수료 등도 축소됐다.
금융지주들은 은행 의존도, 이자이익 의존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비은행 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현재까진 증권과 카드,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 등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지분을 100% 인수한 아시아신탁의 사명을 최근 신한자산신탁으로 바꾸면서 그룹사 협업을 넓히기로 했다. 이어 자회사로 편입한 BNPP카디프손해보험의 사명도 신한EZ손해보험으로 바꿔 달았다. 그룹사 시너지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의 서비스 연계에도 주력한다. 은행 플랫폼에 비은행 서비스를 심는 식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KB스타뱅킹을 개편하면서 7개 계열사의 회원가입 기능을 만들었다. 스타뱅킹에 로그인 한 채로 KB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식이다. KB손해보험의 하루운전자보험 등 계열사 서비스도 41개 추가했다.
하나·우리금융도 비은행 부문 M&A를 예고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다는 점이 숙제다. 지금처럼 증권사가 부진을 겪을 땐 실적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증권사를 품어야한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최근엔 매물로 롯데카드 인수 유력후보로 거론됐지만 인수전에서 발을 빼며 증권사 인수를 위한 일보후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지주들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약속대로 금융규제가 풀어지면 비은행을 넘어 비금융 영역으로 사업을 넓혀 이익구조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지금도 국민은행이 알뜰폰, 신한은행이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식으로 비금융 사업을 펴고 있는데 규제가 풀어지면 좀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