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우디 방문에도 OPEC+ 감산 결정
10월 하루 10만 배럴 감산 합의...8월 생산량으로 회귀 백악관 "바이든, 에너지 공급 강화·유가 안정 노력 계속"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버리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지 두 달 만에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끝내 감산을 결정했다. 백악관은 "에너지 공급 안정화"를 강조하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5일(현지시간) CNBC,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OPEC+는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1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OPEC+는 지난 회의에서 9월 하루 10만 배럴 증산을 합의했는데 다시 증산 규모를 지난 8월 수준(하루 4385만 배럴)으로 되돌린 셈이다.
회의에 앞서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경기 침체 우려 등을 이유로 하루 10만 배럴 감산을 권고했다. OPEC+는 올해 하반기 원유 소비 위축으로 하루 90만 배럴의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인 엔베루스의 빌 패런 프라이스 석유가스 부문 연구소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이번 감산량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다"라면서도 "이는 OPEC+가 원유 가격을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OPEC+의 감산 결정에 백악관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입장을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OPEC+의 10월 생산량 감산 결정과 관련,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지지하고 미국과 전 세계 소비자를 위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을 강화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국민들은 이번 여름에 기름값이 내려가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주유소에서 기름값이 12주 연속 내려갔는데 인하 속도도 10년간 가장 빨랐다"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을 물어 사우디를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했는데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지난 7월 사우디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유가가 갤런(약 3.78ℓ)당 평균 5달러를 넘는 등 물가가 치솟자 인권 문제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사우디에 도착하자마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도 가시적인 원유 증산 성과를 끌어내지 못해 '왜 사우디를 갔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11월 생산량을 결정하는 OPEC+ 정례 회의는 내달 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