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시대’ 은행권 콜라보로 무한변신

국민‧신한은행, 통합 점포로 ‘선의의 경쟁’ 생존전략 모색…디지털 중심 세자릿수 채용

2023-09-06     김경렬 기자
사진=KB국민은행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은행권에도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기류가 일고 있다. 대형사 간의 통합은 물론 각종 제휴로 신사업 모색도 빨라졌다. 윤석열 정부 산하 금융당국이 은행에 제시한 규제 완화 약속도 빅블러 시대를 염두한 모양새다. 혁신을 위한 금융당국 지지와 인사 배치는 ‘은행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을 와닿게 한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의 콜라보 수준이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4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공동점포를 열었다. 우리은행 신봉지점 영업공간을 절반씩 나눠 소액 입출금, 각종 신고, 전자금융, 공과금 수납업무 등 업무를 각각 취급한다. 수지 신봉동은 하나은행은 작년 9월, 우리은행은 12월 영업을 종료한 지역이라 공동점포로 서로 윈윈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지난 5일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경기도 양주, 경상북도 영주에 공동점포를 개점했다. 양주 고읍과 영주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100m 내에서 영업점을 운영해왔던 곳이다. 동일 점포 내 창구, 금고 등 양 은행이 개별 영업에 필요한 공간은 별도로 운영한다. 객장, 자동화코너, 주차장 등 고객 이용 공간은 공유한다.일반 영업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영업시간도 동일하게 운영한다. 은행권의 점포 통합은 관습에 얽매였던 과거와 판이한 금융시대가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정부에서도 금융과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 변화를 과감히 수용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21일 금융혁신 세부 우선 과제에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포함했다. 금융회사의 IT·플랫폼 관련 영업, 신기술 투자 활성화를 위한 업무범위, 자회사 투자 범위 개선 등이 검토된다. 금융권에서 요구했던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가 가능해진다면 금융사별로 대략 2000~3000억원 수준의 전략적 투자가 가능하다. 변화를 앞둔 은행권은 신사업 발판을 마련에 분주하다. 국민은행은 모빌리티 플랫폼 T맵모빌리티와 손잡았다. 낮은 신용점수로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대리운전·화물 등 운전 종사자를 위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연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신용점수가 낮더라도 근무 일수, 고객 평가, 평소 운전 습관 등 T맵모빌리티에서 수집된 데이터로 보험·대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올초 음식 배달앱 ‘땡겨요’를 출시했다. 가맹점 수수료를 확 낮추면서 사업은 부천과 부산 지역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앱에서 택배 서비스와 꽃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국민은행이 시작했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따라 최근에는 토스가 알뜰폰 사업 진출 소식을 전했다. 제휴처들과의 추가적인 사업 모색도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GS리테일과 함께한 점포인 ‘영대청운로점’을 오픈했다. MZ세대에 특화된 3번째 콜라보 점포다. 국민은행도 지난 5월 이마트 노브랜드(No Brand)와 제휴해 디지털 제휴점포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을 열었다. 노브랜드와 첫 제휴다. 업권 간 사업장을 공유한 만큼 이벤트를 넘어선 신사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