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금융포퓰리즘' 봇물… 은행권 회수 위험관리 비상
2년 반 동안 자영업자에 쏫아부은 자금 '318조' 달해
새출발기금·저금리전환 모자라 코로나대출 재연장까지
2023-09-07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당국이 추석을 앞두고 취약계층 금융지원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당국의 지원책들이 재정 투입이 아니라 금융권이 비용부담과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는 점이 논란거리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안팎에서 '금융포퓰리즘'에 볼모로 잡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새출발기금, 안심전환대출 등 각종 추가 지원책이 등장한 상황에서 코로나 대출 재연장 가능성까지 대두되며 금융권은 대출 회수와 관련된 부실 리스크를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이미 팬데믹 기간 동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대출 만기 연장 등 약 318조원을 지원한 상태라는 점이다. 더구나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가 몰려 있는 만큼 금융사들은 하반기 회수 위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금융권을 통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해 신규 대출,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 총 317조7000억원을 지원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4차례 연장했으며 오는 30일 종료된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 유예는 이달 말 취약 차주 지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새출발기금, 저금리 대환 대출 등 민생 지원 방안이 그 사례다. 아울러 이달 말 만기 연장 종료 시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차주도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금융권 자율적으로 만기 연장 등 지원을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재연장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금융권에 혼란이 일고 있다.
급격하게 금리가 오르는 있는 고금리 상황에서 무조건 연장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만약 정부가 또 다시 연장에 나설 경우 다음달 4일부터 시행되는 새출발기금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재연장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1월 말 기준 만기연장 116조6000억원, 원금 상환유예 11조7000억원, 이자상환유예 5조원 등 총 133조3000억원에 이른다.
금융권은 혼란스럽다. 앞서 정부는 이달 말 금융지원 조치가 공식 종료되더라도 차주가 신청할 경우 금융권이 최대 95%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 해주는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러한 지원을 통해 해결이 되지 않는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차주의 경우 새출발기금으로 흡수해 구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은행권에선 현재 모든 논의가 새출발기금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고, 새출발기금은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종료를 전제로 마련된 지원책인데, 지원조치가 종료가 아닌 다시 연장이 된다면 새출발기금 제도의 취지, 또 존재 자체가 희석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울러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속적인 연장으로 추후 갚아야 할 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오히려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출구전략 타이밍을 놓쳤고, 그 사이에 결국 금리만 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4차례에 걸친 재연장에도 연체율이 낮았던 이유는 저금리 영향이 컸는데 올 하반기부터 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차주 입장에서도 금리가 끝도 없이 오르고 있는데 나중에 갚아야 할 이자부담만 더 가중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부실 징후는 조금씩 표면화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일반보증 대위변제율은 2%인 반면, 2020~2021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행한 소상공인 위탁보증(2년 거치 3년 상환)의 경우 지난해 말 거치기간임에도 1.17%에 달했다. 올 3월말 기준 대위변제율은 2%에 이른다.
예정처는 "대출과 보증 부실로 인해 기업은행과 신보 등의 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대출 및 보증의 면밀한 관리, 특례보증에 대한 별도 관리 등 사전 위험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