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엔저에 너도나도 외화투자
원화가치 13년래 가장 낮고 엔화 24년래 최저
2023-09-07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미국이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강달러와 엔저 현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외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거주자 달러화예금은 764억7000만달러로 전월 말(736억1000만달러) 대비 28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또한 7월 말 엔화예금은 5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말(52억5000만달러)보다 2억3000만달러 늘었다. 거주자 외화 예금은 내국인과 한국 기업, 한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 등의 한국 외화 예금이다.
최근 외화예금액이 증가하는 이유는 환율 변동 폭이 커지면서 외화 투자 매력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388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1일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추가적으로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 투자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엔화 가치는 역대급 저점을 기록하면서 쌀 때 미리 사놨다가 향후 차익을 거두려는 의도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엔화 가치는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44엔대로 내려가며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초만 해도 달러당 115엔대였다.
달러예금은 돈을 예치해두고 환율이 올랐을 때 인출하면 오른 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달러 정기예금의 금리가 원화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곳도 있다. 환차익에는 세금도 부과되지 않아 투자자들은 달러 예금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도 투자 수요에 발맞춰 외화예금 예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16일 법인 전용 입출식 외화예금인 ‘NH플러스외화MMDA’를 출시했다. 이 통장에 100만달러 이상 예치하면 연 1.91% 금리가 적용된다. 또한 오는 10월 31일까지 ‘내맘대로 외화BOX’로 환전하거나 ‘외화선물하기’로 외화를 선물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사은품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KB수출입기업우대 외화통장’을 최초로 개설하고 외화정기예금에 가입하면 환율 90% 우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외화예금 가입 시 계좌당 최대 10만달러까지 매 영업일 원금과 세후이자를 기준으로 복리 이자를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우리 더(The)달러 외화적립예금’ 이용자에게 80% 환율 우대를 적용하고 현찰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6일까지 미 달러화 외화정기예금 신규 가입 고객에게 최고 연 3.5%의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