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에 그친 종부세 완화…윤석열표 보유세 개편 공염불 되나

1주택자 과세 기준 3억 상향 합의 불발…野 “부자감세” “다주택 중과 폐지 등 세제개편안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

2023-09-07     나광국 기자
일시적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윤석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이 출발부터 암초에 부딪히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시적 2주택자, 고령자·장기보유자 등에 대한 종부세 완화 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지만, 1주택자 특별공제는 여야 합의불발로 연내 법제화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종부세 완화가 '반쪽'에 그침에 따라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다주택자 중과폐지'가 내년 여소야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여야 갈등으로 '협치'가 실종됨에 따라 보유세 개편에 험로가 예상된다. 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종부세법 일부 법률안 개정을 통과 시켰다. 개정안은 이사·상속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1주택자나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의 저가 지방 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주택 수 산정 시 1주택자로 뷴류해 중과 조치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1세대 1주택을 보유하는 고령 및 장기보유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을 상속·증여·양도하는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유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올해에 한해 특별공제를 통해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지가 11억원에서 14억원(시가 20억원 상당)으로 높이기로 한 개정안은 결국 합의를 보지 못했다. 여야는 막판까지 협의했지만 야당이 ‘부자감세’라며 반대했다. 여야는 이번에 합의되지 않은 개정안에 대해 ‘올해 집행할 수 있도록 하의 처리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부에서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린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정부가 과표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깎아준 만큼 이미 종부세가 완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공시가 11억~14억원 1주택 보유자 9만3000명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행법대로 종부세 중과 대상이 된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종부세 완화 개편안이 '반쪽'으로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보유세 개편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의 다주택자 중과폐지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는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도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야당은 '부자감세'를 극도로 꺼리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여소야대의 국회 역학구조가 지속되는 한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7월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내년부터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현행 다주택 중과세율(1.2∼6.0%)은 폐지되고, 다주택자도 1주택자 등과 동일한 기본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가격이 12억~25억원일 경우 종부세 세율은 3.6%에서 1.3%로 거의 1/3 수준으로 떨어진다. 보유주택 합계가격이 94억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에 부과되는 최고 세율은 현 6.0%에서 2.7%로 절반 밑으로 떨어진다. 아울러 다주택자에 대한 기본공제금액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일 예정이다. 이는 2006년 이후 15년 넘게 유지해 온 다주택자 공제액을 손보는 것이다. 주택 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세 부담 상한(일반 주택 150%·다주택 300%)도 150%로 통일한다. 종부세 과세표준(과표)은 25억원 이하 중간 구간을 신설해 세 부담을 조정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 중 하나로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역시 종부세법 개정 사안이라 업계 안팎에선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찬성 없이는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정부의 보유세 개편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야당이 고가 1주택 종부세 완화에도 반대했기 때문에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를 찬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정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계획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과 세금의 경우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때문에 이 부분이 정치의 영역이 되면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