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트테크의 혁신과 소비자 보호
최근 한국 미술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술품은 안전한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키아프, 프리즈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 개최와 국내 미술품 경매 및 공동구매 시장까지 올해 상반기53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하며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고액자산을 보유한 중장년층이 중심이었던 미술시장에 MZ세대의 시장진입으로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군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구매 방식도 기존의 오프라인 구매 중심에서 온라인 구매, 특히 공동구매 형태의 조각거래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조각거래 서비스는 기존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작품과 상품을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소액으로 공동구매하고 소유권을 나눠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문화 창작물 공급자와 수요자를 IT기술로 연결해 지속가능한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
이러한 성장 흐름에 따라 지난 4월 금융당국도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다수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신종 디지털 자산이 투자자 보호 등 기본적인 증권 규제를 적용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아트테크(미술품+재테크 합성어) 업계는 가이드라인 발표에 환영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혁신 기조에 따른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결정은 업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혁신성과 성장 가능성을 지닌 중소 아트테크 기업은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사업의 다각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서비스의 높은 안정성과 편의성을 구축하기 위해 신규 인력 채용, 투자 및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하지만 기존 산업 구조 속에서의 기업 혁신만으로는 업계 전체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머지포인트, 루나 사태 등 이전 여러 사례에서 배울 수 있듯이 소비자 보호가 없는 혁신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 서비스 혁신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금융 당국과 많은 소통을 하면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문화금융분과를 신설해 다양한 조각거래 서비스의 긍정적인 측면을 대중에 알리고 당국과의 소통 채널을 늘리는 등 변화를 위한 노력이 산업 전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아트테크, 문화혁신 서비스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규제 설계와 다양한 소통 채널을 만들어 소비자 보호와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생태계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