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사업구조개편 중앙위원회'를 출범하고 신용(은행·보험·카드 등 금융)-경제(농축산물 유통) 2단계 분리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선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이 최근 가진 내부회의를 통해 '농협중앙회'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신경분리 작업의 시기상조'라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사업구조개편 중앙위원회' 20여명의 위원들은 8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2차회의를 갖고 그동안 발표된 개편 방안 중 주요쟁점이 되고 있는 ▲사업구조개편 형태 및 시기 ▲상호금융 독립 ▲중앙회 명칭 ▲필요자본금 등에 대해 논의했다.그 결과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다수 위원들은 "농협중앙회 명칭은 유지되어야 하며, 상호금융분리는 현실적인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로 중앙회 내에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위원들은 자율적인 농협안 마련이 중요하며, 정부지원에 대한 법적장치 마련과 사업 분리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같은 결과에 따라 농협의 '신경분리' 작업에 다소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3차회의는 오는 16일부터 1박2일간 열릴 예정이며, 중앙회측은 신경분리 작업에 대한 집중논의를 통해 중앙위원회안을 조기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내부 소식통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농협 신경분리 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이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7월 한 달간 각 지역을 돌며 권역별 지역설명회를 개최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실제로 충북, 전남, 전북 등 일부지역에서는 신경분리를 반대하는 농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설명회 자체가 무산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국농협노조 한 관계자는 "농민들과 맞딱들이는 게 두려웠던 것인지 최 회장은 토론회 당일, 예정시간보다 1시간 혹은 30분 앞당겨 '날치기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며 "'농업을 일으켜 세워야하는 농협중앙회 회장이 신경분리 앞장선다'는 질타를 피하기 위해서 이 같은 행동을 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측은 오는 11월 열리는 대의원총회를 걸쳐 정부에 최종 신경분리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지역조합과 농협노조와의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한편, 농협은 지난 1일 이덕수 농업경제대표이사와 최덕규 조합장(합천 가야농협)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농협노조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대표 7명, 조합장 7명, 학계·농민단체 등 외부인사 11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한 사업구조개편 중앙위원회를 출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