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끝나니 식품업계, 대규모 줄인상 시작

오리온, ‘9년 동결’ 깨져…농심‧팔도도 제품가격 인상 과일‧채소값 폭등에 공공요금도 올라…외식물가 비상

2023-09-13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추석 이후를 기점으로 식품업계의 대규모 줄인상이 시작됐다. 식품기업들은 올 초부터 이미 다양한 대내외적 요인으로 제품 판매 가격을 상향 조정해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기후악화, 원‧달러 환율 폭등 등 악재가 지속되자, 식품기업들은 민족 대명절임을 고려해 잠시 보류했던 가격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아직 조정안을 발표하지 않은 업체들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9년간 가격 동결을 고수했던 오리온도 이번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오는 15일부로 전체 60개 생산제품 중 파이, 스낵,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올린다. 원부자재 가격 및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라 이익률이 급감한 제품 위주로 가격을 인상키로 결정했다. 지난해부터 유지류와 당류, 감자류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8월 기준 전년대비 최대 70% 이상 상승하고, 제품생산 시 사용하는 에너지 비용도 90% 이상 오르는 등 원가 압박이 가중된 영향이다. 주요 제품별 인상률은 초코파이 12.4%, 포카칩 12.3%, 꼬북칩 11.7%, 예감 25.0% 등이다.  라면도 이달 중순부터 비싸진다. 농심은 오는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씩 올린다. 라면은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스낵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인상이다. 올 2분기 이후 소맥분, 전분 등의 국내 협력업체 납품가가 인상되면서 제조원가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소맥분 선물거래가격은 t당 419.22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곡물 수입 원가가 실적에 반영되는 데 약 3~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국제 곡물 가격 폭등 여파는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팔도는 내달 1일부로 라면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품목은 라면 12개 브랜드로, 인상폭은 공급가 기준 팔도비빔면 9.8%, 왕뚜껑 11.0%, 틈새라면빨계떡 9.9% 등이다. 과일‧채소 등 각종 식자재 가격과 공공요금이 오르며, 외식 물가 또한 치솟을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국내 농가는 기록적인 폭염‧폭우로 출하량이 예년 대비 줄어든 데다, 출하 면적 감소, 병충해 피해 등으로 작황난에 허덕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정보 9월호에 따르면, 이달 과일, 양념채소, 엽근채소 등의 도매가격은 전년 대비 큰 폭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은 통계치라, 잠재 상승치까지 고려하면 실제 시장 가격은 더욱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랭지 배추 10kg 도매가격은 전년 보다 157.4% 비싸진다. 기상여건 악화로 여름배추 작황이 부진해 순별 가격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무 20kg 도매가도 72% 오른다. 한국음식의 주요 식자재인 고추의 몸값도 비싸진다. 지난해 9월과 비교했을 때, 청양계풋고추의 이달 도매가격은 10㎏ 기준 4만8000원으로 89%, 오이맛고추는 10㎏에 4만원으로 10.2% 상승할 예정이다. 한국전력은 10월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을 킬로와트시(㎾h) 당 4.9원 인상한다. 가스요금도 10월부터 정산단가가 MJ(메가줄) 당 2.3원으로 0.4원 오른다. ‘밀크플레이션’도 꿈틀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유가공업체와 낙농단체 간 원유 가격을 인상을 위한 협상이 추석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낙농가는 차등가격제 도입 초기엔, 가격이 더 낮게 책정되는 가공유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원유 가격을 일부 상향 조정하는 선에서 ‘차등가격제’ 개편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흰 우유 가격이 ℓ당 300~500원 이상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며, 빵‧요거트‧아이스크림 등 유가공제품 전반의 가격도 덩달아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