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멈추지 않는 전성기’…에미상 트로피로 이어진 도전 정신 

1990년대 모래시계 스타덤 이후 다양한 캐릭터로 분한 ‘캐릭터 수집가’ 도둑들’, ‘신세계’, ‘관상’ 등 흥행 성공…올해는 ‘헌트’로 감독 데뷔 황동혁 감독, “오징어 게임은 그간 고민한 사회적 문제 담은 작품, 시즌2로 돌아오겠다”

2023-09-13     김간언 기자
에미상
[매일일보 김간언 기자] 배우 이정재(50)가 12일(현지시간) 한국 배우로 처음이자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미국 프라임타임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에서 들어 올린 네 번째 연기상 트로피다. 앞서 이정재는 미국배우조합상과 스피릿어워즈, 크리틱스초이스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동안 멋진 배역으로 국내에서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정재는 이번 작품에서는 초라한 중년 남성 역을 맡아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 시간 16억5045만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무려 18만8000년에 달한다. 이정재는 모델 일을 하다가 지난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연기 데뷔를 한 후 청춘스타로 제1의 전성기를 누렸다. 1990년대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1995)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영화 ‘태양은 없다’(1999)로 27살의 나이에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 30·40대 배우로서 변화무쌍한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갔다. 작품마다 180도 바뀐 모습으로 다양하게 등장해 ‘캐릭터 수집가’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작인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에서는 욕망에 충실한 주인집 남자 훈으로 분해 특유의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정재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로 등극하며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올해는 이정재가 4년간 공들여 만든 첩보 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를 한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이정재가 정점이라고 여겨지던 시기를 지나서도 또 다른 전성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현재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 근성 덕분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정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기대치만큼 하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작품에 임하는 태도를 밝혔다.
비영어권
황동혁(51) 감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사회 부조리를 통찰하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초등학생 때 골목길에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 한국적 경험을 녹여낸 ‘오징어 게임'으로 아시아 국적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에미상 감독상을 받았다. 1971년 서울 쌍문동에서 태어난 황 감독은 서울대 신문학과 재학 당시 기자를 꿈꿨다. 현실에 지친 그는 관심을 영화로 돌렸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그는 2007년 데뷔작인 영화 '마이 파더'부터 사회문제를 다뤘다. 특히 2011년 영화 '도가니'는 누적관객수 466만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건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를 던졌다. 황감독은 지난 2014년 누적 관객 860만명을 모은 '수상한 그녀'를 통해 물오른 상업적 감각을 증명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은 황 감독이 그동안 고민해온 사회적 문제들을 모두 담은 작품이다. 황 감독은 이날 감독상을 받은 뒤 "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우리 다 같이 역사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 우리는 시즌2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전 세계에서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었다. 작년 미국 블룸버그가 선정한 '올해의 50인', 올해 타임의 '2022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거장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