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초유의 경제위기, 외화유출 시작됐다

2023-09-15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문재인정부 때도 경제위기론은 줄곧 나왔지만 경기 지표가 더 나쁜 지금의 위기론은 긴장감의 체감온도가 다르다. 문재인정부 때는 코로나19 발병,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출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지금은 그 수출이 꺾였다. 무역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수출을 지탱했던 희망인 반도체도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부동산이 하락하고 주식은 폭락해 자산시장이 침체되고 있다. 초유의 유동성 시장이 끝나면서 우크라이나-러시아간 전쟁까지 겹쳐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이 국내 무역구조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경기 순환이 반복된다고 보는 전문가들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하방 사이클에 진입하는 시점이다. 본래 하방 사이클을 짧게 통과할 것이란 낙관론도 많았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작년 이맘때 올해 경제를 예측한 기업이나 전문가 관측들을 보면, 하반기 자동차 부품 공급망 병목현상이 개선되고 반도체 시황도 반등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현시점에서 이들 모두 틀렸다. 가장 큰 변수인 전쟁이 발발한 탓이다.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시점에서는 현지에서 나오는 주요 원자재 공급이 막힐 것이 우려됐다. 하지만 그 원자재를 취급하는 기업들은 3개월치 재고를 충분히 쌓아두면서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 3개월을 훌쩍 넘긴 지가 오래다. 초유의 유동성 시장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이 전쟁으로 불붙었고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은 재차 자산 가치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가 번질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긴축을 고수하게 됐다. 얼핏 과거에도 비슷한 과정을 밟아 위기와 회복 과정을 반복한 듯 보이지만 전과 다른 점이 분명 있다. 세계 무역구조가 변한 점이다. 그 속에 한국은 불리해지고 있다. 한국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다. 양쪽 시장에서 수익을 올렸던 수출기업들은 한쪽 아니면 양쪽 다 입지가 약해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다면서 자국내 생산에만 혜택을 주는 정책은 보호무역이다. 그 변종 보호무역에 얽매여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의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이로써 미국 내 경쟁이 심해질 것이고 미국 내 발생할 수익을 본국으로 되돌릴 고리도 약해질 공산이 크다. 더욱이 매출 발생국에 대한 납세가 커지는 디지털세도 도입된다. 중국향 투자도 차질이 생긴다. 미국이 자국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중국 내 투자를 못하도록 각종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미국에 자극받아 자급률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이 한국으로선 위협적이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은 이번에 미국 제재로 인해 자급자족이 부족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했으며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게 됐다. 환율이 1400원에 육박했다. 과거에 이보다 훨씬 높은 환율에 이른 적도 있었지만 걱정했던 외화유출은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무역구조가 달라졌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국의 본질적인 경제 체질이 약해진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중국의 제조업 고도화를 통해 수입대체가 확대된 게 원인이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는 다시 수출이 좋았던 시기로 되돌릴 수 없게 만든다. 지난 8월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2018년말부터 매년 말 외환보유액은 증가했었다. 작년 말에는 4631억2000만달러였다. 외화유출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인플레이션과 불황의 함정에도 빠지게 된다. 과거에도 드물었던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지만 국내 정치는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