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력을 점검해 보험료 조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손해보험업계가 난색을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집중호우로 1만대가 넘는 차량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지만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손해보험사들은 지난 4월 이미 한 차례 보험료 인하가 있었던 만큼, 연말까지의 손해율을 집계한 후 내년 4월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및 향후 감독 방향’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손해보험사의 손해액은 재보험 가입에 따라 약 400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차 피해는 지난달 31일 기준 총 1416억원의 28.2% 수준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연간 기준 0.2%포인트(p) 상승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게 금감원 판단이다.
당초 대규모 차량 침수 피해가 자동차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손해보험사들이 재보험을 들어놓았기 때문에 실제 부담하는 손해액은 크지 않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1%로 전년동기 대비 2.3%p 하락했다. 이는 2017년(77.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고율 감소로 손해액이 줄어든 반면 보험 가입 대수 증가로 보험료 수입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사고율은 2019년 17.9%에서 2020년 15.5%, 2021년 15.2%, 올해 상반기 14.3%로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사고가 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발생손해액)을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입보험료’(경과보험료)로 나눈 값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손해를 보지 않는 자동차보험 적정손해율을 78~80%로 보고 있다. 그만큼 이 손해율이 개선되면 보험사가 보험료를 낮출 여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인하 여력이 있더라도 자동차 보험료 조정은 통상 자동차보험 갱신주기(1년)에 맞춰 연 1회만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간 손해율과 이에 따른 영업손익 추이를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엔 통상 명절 이동을 포함해 겨울 빙판, 폭설 등으로 손해율을 자극할 만한 변수가 많다”면서 “손해율이 단 건의 이벤트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