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탓에 표현행위 위축” vs “안보 없이 표현의 자유 없다”

2023-09-15     홍석경 기자
유남석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헌법재판소는 15일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이적표현물 처벌 조항 등이 위헌인지를 따지는 공개 변론을 열었다. 헌재는 수원지법과 대전지법이 낸 위헌제청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헌법소원 사건 등 모두 11건을 병합해 심리하고 있다. 심판 대상인 7조 1항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를 처벌한다. 7조 5항은 이적행위를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이날 변론의 쟁점은 심판 대상 국가보안법 조항이 불명확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와 인간의 양심과 사상을 재단해 처벌하는 것이 합당한지로 요약됐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이적행위 조항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 유지, 공공복리에 실제로 현실적인 위해를 가하는지 묻지 않은 채 그 ‘위험성’이 명백한지만을 기준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험성을 판단하는 권한이 전적으로 수사기관과 사법부 개개인에게 달려있어 악용될 여지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또 헌재에서 ‘양심 형성의 자유’는 그것이 인간 내면에 머무는 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으로 보고 있는데,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국가보안법 7조는 여기에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측은 국가보안법이 1991년 개정과 대법원·헌재의 잇따른 제한 판단으로 엄격한 기준으로만 적용되고 있다며 오·남용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맞섰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최근 국가보안법 기소 사례가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는 일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적행위로 야기된 명백한 위험은 현재 시점에 당장 현실화한 것은 아닐지라도 언제든지 국가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사전에 막지 못해) 위험이 현존하는 단계가 되면 막대한 피해가 초래돼 공권력의 개입이 무의미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는 헌법학자 두 명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양측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위헌 측 참고인으로 선임된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체제에 대한 ‘승인’과 ‘관용’은 구별돼야 하고 통일 전망에 관한 다양한 견해는 최대한 관용되는 것이 민주공화적 다원성의 공존을 추구하는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며 이적행위 조항이 내면적 생각조차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선임한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 등 선진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이적표현물의 제작·반포를 처벌하는 법을 두는 경우가 많고,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안보가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표현의 자유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