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상술’ 논란 불거진 캐논 카메라

특정 배터리 품귀현상…‘엔고 차익 노렸다’ 주장 불거져

2010-09-10     류세나 기자

“고객수요도 예측 못 해?”…‘세계 1위’ 아성 휘청
“비품 배터리 생산 안 돼 정품 찾는 고객 늘었다”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캐논 LP-E6 배터리 언제 입고되는 건가요? 재고도 없으면서 주문받으시고…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안녕하세요. 판매자입니다. 본 제품은 상세설명에 적혀 있듯이 입고 후 예약고객님들께 순차적으로 발송되는 제품입니다. 불규칙한 입고날짜 때문에 내일 입고될지 보름후에 들어오게 될지 짐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약하신 분의 차례가 됐을 때 전화확인 후 발송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카메라 전문업체인 캐논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특정제품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공급이 수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 때문에 300여만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카메라를 구입하고도 소모품인 배터리를 필요한 때에 구입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카메라를 ‘장식품’으로만 두게 됐다. 문제의 배터리는 지난해 12월 출시된 DSLR카메라인 EOS 5D Mark II에 사용되는 ‘LP-E6’다, 이 제품은 배터리 내에 전용 칩셋코드가 삽입돼 있어 정품 배터리를 사용해야만 카메라가 구동이 가능하게 제작돼 있다. 비품 배터리의 사용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는 것. 반면 여타의 캐논 카메라 모델들은 캐논 모델간 공용 배터리(BP-511)를 사용하고 있는데다가 배터리에 전용 칩셋코드가 장착돼 있지 않아 비품배터리의 사용도 가능하다.

LP-E6 배터리 품귀현상 왜?

그렇다면 유독 LP-E6 배터리만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이유로 ‘엔고현상’을 꼽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도적으로 물량공급량을 조절해 환율상승 효과 덕을 보려는 것 아니냐”는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엔화 상승으로 인해 배터리 판매가격이 처음 제품이 출시 됐을 때보다 크게 올랐다”며 “기업입장에서는 예전가격으로 판매하면 손해를 보게 되고, 그렇다고 가격을 올려 판매하게 되면 기업이미지가 깎이게 될까 우려해 나타난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터리가 없어 당장 카메라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공식판매가격(6만5천원)의 세 배가 넘는 돈을 들여 구입하기도 하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해외사이트를 이용하는 등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용산전자상가 한 관계자는 “LP-E6 배터리 품귀현상으로 지난달까지 9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LP-E6 가격이 최근에는 더 올라 12만원대로 판매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가게에도  5명의 대기고객이 있는 상태지만 물건이 언제 입고되는지 확실한 날짜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0일 현재 LP-E6 배터리는 인터넷 거래사이트에서 10만원 후반대에서 17만원 후반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고객수요 예측 못한 세계1위 기업’ 오명

이와 관련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국내∙외시장에 LP-E6 배터리 비정품이 생산∙유통되고 있지 않아 과거에 비해 정품배터리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LP-E6 배터리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속적으로 캐논본사에 물량확대 요청을 한 결과 이달 내에 공급부족 현상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3배가량 오른 정품 배터리 가격도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하지만 캐논코리아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업계 세계 1위 기업인 캐논이 정품 배터리 생산은 뒷전으로 미룬 채 비품배터리에 고객수요를 의존했다는 질타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