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선진국이다.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다. 성장 열매는 ‘복지’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되돌아간다. 그것은 곧 ‘보답’이다. ‘열매’가 자양분이 되면 다시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된다. 이것이 소위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맥락의 사회발전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계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분명 사회발전의 한 가지 방법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보니, 사회적 약자인 피고인들의 사건을 종종 맡게 된다. 그 중에서도 보육원에서 보호중도종료되어 거리에서 방황하다 피고인의 신분으로 구속된 20대 청년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구치소에서 처음 만난 그 피고인은 “저 그냥 다 인정할게요. 저는 몇 년이든 여기 있는 게 좋아요. 누군가 매일 제가 잘 있는지 살펴주는 게 너무 좋아요. 나가서 어떻게 지낼지도…”라고 말했다. 빨리 나가고 싶다던 피고인은 많이 만났지만, 몇 년이든 있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그 청년의 이야기를 더 살펴보게 되었다.
중학생 나이에 소년보호처분을 오고 가던 중 생활하던 보육원으로부터 ‘보호중도종료처분’을 받아, 그즈음부터 뚜렷한 거처도 없이 거리에서 생활해야 했다. ‘보호종료’가 아니라서 ‘자립준비청년’에게 주어지는 지원들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청년은 성년이 되자마자 생활비를 얻기 위해 사업자명의제공과 휴대전화 5회선을 제공해달라는 유혹에 넘어갔다. 그 덕에 몇 달간 따뜻한 집에서 세끼를 먹을 수 있었지만, 휴대전화 5회선이 어딘가에서 사용되면서 치러야할 죗값만 붙었다. 그러다 음식 배달 중 뇌전증 발작으로 오토바이가 망가졌다. 뇌전증에 대한 치료보다는 오토바이값을 어떻게 배상해야 할지를 걱정하다 결국 구치소에 들어갔다. 청년은 스스로 범죄의 길에 들어가지는 않았기에 재판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보호중도종료’를 당했던 20대 청년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소년원에서 나오면서 ‘보호중도종료’되어 거리를 헤맬 때, 먹을 것과 자는 곳을 제공해준 형들이 어느 순간 ‘대출을 받을 사람’을 데려오라고 했다. 이에 응하지 못하면 거처가 없었다. 결국 가까운 친구를 ‘대출사기’의 피해자로 내몰았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명의 ‘보호중도종료’청소년을 국선변호하며 과연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만 죄를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무런 보호나 지원 없이 각자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다 벌어진 일들에 대해 무작정 그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적 지원으로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되었다 하더라도, 이들이 여전히 형사 법정에 서야 했을까?
정부 예산안이 나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호중도종료’로 미성년시절부터 거리로 내몰린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안착할 수 있는 지원도 함께 고려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