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현실로… '비마약성 진통제' 해답 되나

작년 10대 이하 펜타닐 패치 처방 2965건…청소년 마약 확산 우려 비보존·올리패스 등 '비마약성 진통제'로 마약 진통제 대안 마련해야

2022-09-19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국내서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으로 유통·투약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사가 개발하는 마약성분이 없는 진통제가 주목받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 의료용 마약류 의약품을 중복 처방받아 오남용하거나 불법으로 유통하는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이 3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외에서 유통이 가장 빈번한 품목은 펜타닐로, 강력한 마약성분을 갖고 있어 중독성이 높은 진통제다. 한번 시작하면 끊기가 매우 어려우며, 과다복용 시 호흡 기능이 저해돼 사망할 수 있다. 미국 연방질병돝제예방센터(CDC)는 2020년~2021년 약물 과다 사망자(18세~45세)의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 주로 불법 유통되는 의료용 마약류는 패치 형태의 펜타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료를 받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대 이하에 처방된 펜타닐 패치는 2965건, 20대 처방 건수는 1만6274건이라고 밝혔다.

매일일보 취재에 따르면 해외 유통책을 통해 펜타닐 알약 제제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청소년은 병원에서 처방받고 합법적으로 펜타닐 패치를 구매할 수 있다. 패치를 합법적으로 구매하면 개당 1만 5000원 정도로, 해외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마약류 거래로 처벌받은 적 있는 A씨는 “예전에는 허리 등이 아프다는 이유로 패치를 직접 처방 받기도 했지만, 본인 위험 부담이 커서 잘 안 한다”며 “허리디스크가 있는 환자를 찾아서 MRI 검사를 받게 한 뒤, 펜타닐 처방을 받으면 돈을 주고 약을 빼돌리는 수법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의하면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는 환자의 투약 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오남용이 우려될 경우 처방 또는 투약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관련 환자를 여러 명 섭외해 처방 기간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약을 모아 법령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처방받은 펜타닐 패치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경찰도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청소년의 무분별한 펜타닐 처방에, 국내사가 개발 중인 ‘비마약성 진통제’가 대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대웅제약, 루다큐어, 메디프론, 비보존, 올리패스 등 기업이 관련 의약품 개발에 착수 중이다.

그중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기업은 비보존과 올리패스다. 비보존의 ‘오피란제린’은 중추 및 말초신경계에 작용해 진통 효능을 보이는 신약이다. 현재 주사제 형태로 비보존 헬스케어가 한국 임상 3상을, 비보존이 미국 임상 3상을 주도하고 있다.

올리패스는 ‘OLP-1002’의 주요 전임상 결과 및 호주 임상 2a상 1단계 오픈라벨 임상 결과를 내달 ‘2022년도 세계통증학회’에서 포스터 발표한다고 지난 8월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비마약성 진통제가 저렴하게 출시돼 국내 시장을 주도하면 비교적 자금력이 부족해 합법적인 처방에 의존했던 청소년들의 ‘꾀병 꼼수’는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펜타닐은 강력한 중독성으로 끊기가 어렵고, 이미 국내에 공급되는 복제약이 많아 단기간에 유통을 단절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불법 유통 단속 강화와 많은 제약사들의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도입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