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금리 뛴다” 여전채 이자 12년래 최고
이달 초 연 5% 돌파…美 자이언트스텝 전망 영향
카드사 비용부담 가중…대출 줄이고 리스크 대비
2023-09-19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12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카드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카드사들은 자금 조달 수단으로 여전채에 70% 이상 의존한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비용부담이 고스란히 카드론으로 전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연 5.047%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3월2일(5.11%) 이후 12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6월 초 2012년 4월 2일(4.02%)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 4%대에 진입한 이후, 약 3개월 만에 연 5%대에 도달했다.
Fed가 이달 3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요동친 결과다. 통상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국내 국고채, 여전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국내 카드사들이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는 식으로 조달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회사채 의존 비율이 절대적으로 크다.
전체 자금 조달의 약 70%를 여전채에 의존하는 식이다. 여전채 발행 비용이 늘어나면 증가분이 그대로 카드론 금리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상 높아진 시장금리는 바로 카드론에 적용되지 않고 보통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현재 국내 카드사들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14% 수준이다.
여기에 우대금리, 특판 금리 할인 등 조정금리가 카드론 금리 상승 압력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향후 조정금리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결국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2금융권에서 대출금리 상승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중·저신용자 가계 빚 상환 부담이 가파른 속도로 가중될 수 있다. 카드사들이 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대출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카드론 이용현황을 보면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 차주에 해당하는 대출 금리 연 10% 미만 구간 비율은 올 1월 11.37%에서 5.62%p 올라 지난달 16.9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출 금리 연 18% 이상 저신용 차주 비율은 22.13%에서 17.65%로 4.48%p 줄었다.
다만 대출 규제로 인해 카드론 이용이 급격히 늘고 있지는 않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은 2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7조2000억원) 대비 3.7%(1조원) 늘었다. 반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이용금액은 올해 상반기 10.7%(3조1000억원) 감소한 2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론이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게 된 데 따른 풍선효과다.
카드론 이용액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7월부터는 적용 대상 차주가 총대출액 2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바뀌면서다. 현재처럼 자금 조달 상황이 어려워지면 카드사들은 적극적인 영업보다 안정성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 흐름이 경색될수록 대출 등의 사업 규모를 줄이고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