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지도자, 세기의 조문 외교...여왕에 '마지막 인사'

2023-09-19     이광표 기자
엘리자베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19일(현지시간) 엄수된 영국의 최장 재위 군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을 앞두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각국 지도자가 조의를 표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여왕의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나루히토 일왕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와 정치인, 왕족 등 고위인사 500명 이상이 초대돼 세기의 '조문외교'를 펼치고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장 하루 전날인 18일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여왕의 관이 안치된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께 발코니에서 여왕의 관을 바라보며 성호를 긋고 오른손을 가슴에 댄 채 고인을 추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0년 전 민주당 상원 의원이었을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처음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이 70년 동안이나 여왕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우리 모두 다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지만, 마음 속에 남는 이들은 당신과의 관계가 자신들의 명성과 일치하는 사람들"이라며 "여왕은 밖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진짜 모습이 똑같은 사람이었다. 품위 있고 명예로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찰스 3세) 국왕에게 말씀드렸듯 여왕은 그가 가는 길의 모든 걸음을 함께 하실 것"이라며 조문록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직무를 위한 변함없는 헌신으로 전 세계의 존경을 받았습니다"라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윈저성에서 마지막으로 여왕을 만났을 때 여왕이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며 "여왕은 '괜찮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무엇이 필요하니. 꼭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여라' 고 말하려는 듯한 표정이었다"고 했다. 조문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런던에서 라디오캐나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뤼도 총리는 자국에서 영국 군주제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 "나에게 그것은 우선순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트뤼도 총리는 "그 문제를 논의할 것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으며,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이 시스템에서 그 같은 엄청난 변화를 만드는 건 지금 내게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영연방(Commonwealth)에 소속된 국가로 최근 몇 년 사이 영국 군주제에 대한 지지가 많이 퇴색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도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여왕을 찾았다. 더타임스는 선글라스를 쓰고 운동화를 신은 차림의 마크롱 대통령 내외가 경호를 받으며 웨스트민스터 홀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참배했다. AP 통신은 영국 왕실 관리 다수가 젤렌스카 여사가 이날 오후 버킹엄궁에서 캐서린 왕세자빈을 만났다고 말했으나 더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부인 미셸리 보우소나루 여사도 이날 여왕에게 마지막 조의를 표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조문 후 런던에 있는 영국 주재 브라질 관저 발코니에서 유족과 영국민에게 "깊은 존경"을 표하며 영국 방문 주목적이 여왕 추모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짧은 추모 발언 이후 정치적 발언을 담은 연설을 이어가 "장례식을 선거 연단으로 만들었다"는 빈축을 샀다. 브라질은 다음 달 2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