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증권사 인수 속도내나
롯데카드 인수戰 불참으로 일단락
자본 확충 등 M&A 움직임 포착
2023-09-20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우리금융의 ‘완전한 금융지주 설립’을 위한 퍼즐 조각이 맞춰지지 않고 있다. 완전한 금융지주 설립은 우리금융의 지주사 전환 및 민영화를 이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숙원사업이다. 이를 위한 최우선 퍼즐조각은 단연 증권사 인수다.
다만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초 주주총회까지다. 올해 말부터 손 회장의 연임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인수 논의가 올해를 넘기지 않도록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매각주관사 JP모간은 예비입찰을 통해 하나금융지주 등 3~4곳의 인수의향서를 받았다. 물론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만큼 예비입찰이 아니라도 인수 협상은 가능하지만 예비입찰을 하지 않은 것부터 시장의 예상과는 다르다.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카드의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숨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완전한 금융지주로 도약하기 위해 임기 내 달려왔다. 2019년 지주사 재출범에 성공하면서 사업포트폴리오는 꾸준한 M&A(인수합병) 행보로 탄탄해졌다. 재출범한 첫해에는 우리자산운용(옛 동양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옛 ABL글로벌자산운용), 우리자산신탁(옛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했다.
2020년에는 우리금융캐피탈(아주캐피탈) 인수했다. 2021년에는 아주산업으로부터 우리금융캐피탈 잔여지분을 취득해 완전자회사로 들였고, 우리금융캐피탈 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옛 아주저축은행)을 금융지주 직속 자회사로 편입했다.
올해 초에는 부실채권 및 구조조정기업 투자회사인 우리금융에프앤아이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우리은행에서 우리금융지주 소속으로 편입됐다. 주력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도 예금보험공사에서 우리금융지주로 변경됐다.
남은 과제 중 최우선 할 사항은 ‘증권사 인수’다. 우리금융은 작년부터 컨퍼런스콜을 통해 증권사 M&A를 최우선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작년에는 증권사들의 실적이 좋아 몸값이 치솟았다. 타이밍을 잡지 못한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는 아직까지 뚜렷한 윤곽없이 조용히 추진되고 있다.
우리금융이 품을 수 있는 증권사 매물로는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중소형 증권사로 우리종금과의 시너지도 크게 낼 수 있는 곳들이다. 매각 가능성이 높은 곳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최대주주인 이베스트투자증권과 SK증권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수장인 김원규 대표이사는 우리투자증권을 NH금융에 매각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변화 조짐은 있다. 지난 7월 손 회장은 금융감독원과의 DLF(파생금융상품) 2심 공판에서 승소해 징계 부담을 덜었다.
이달 들어 우리금융은 5%대 신종자본증권도 발행했다. 지난 15일에는 신종자본증권의 당초 발행 예정 금액(2700억원)에서 800억원을 증액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5년 조기 중도상환 옵션 증권에는 3200억원, 7년 조기 중도상환 옵션 증권은 300억원 발행키로 했다. 5년 물량의 금리는 5.20%, 7년짜리는 5.45%다. 지난 7월 신한지주가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다가 발행 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지자 연기한 사례와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