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미 금리 재역전

파월 "가야할 길 멀다" 추가 인상 시사 韓, 내년까지 금리 인상 불가피할 듯

2023-09-22     이광표 기자
제롬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또 0.75%포인트 인상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자 3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가 3.00~3.25%로 오르게 돼, 한 달 만에 다시 한국 금리를 크게 넘어서면서 한국 경제에 자본 유출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또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2.25~2.50%인 기준금리는 3.00~3.25%로 인상됐다. 3월부터 시작해 이번까지 5차례 연속 인상되면서 미국의 기준 금리는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이번에 단행된 자이언트 스텝은 지난 13일 8월 소비자물가(CPI·8.3%) 발표 이후에 시장에서 예상됐던 조치다. 지난 6월 9.1%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세가 7월(8.5%) 이후에는 더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실제 전망보다는 심각한 수준이란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지출과 생산에 대한 지표는 완만한 성장을 보인다.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는 견조하며 실업률은 낮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팬데믹 관련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높아진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 더 광범위한 가격 압박 등으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은 막대한 인적·경제적 고난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전쟁 및 그와 관련된 사건들은 인플레이션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활동을 짓누르고 있다"고 금리 인상 결정 배경을 밝혔다. 연준은 향후에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했다. 이는 6월 점도표상의 중간값인 3.4%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다음 금리인상 규모에 관해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나와 FOMC의 견해로는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점도표상) 올해 말 중간값은 125bp(1bp=0.01%포인트)의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준의 이번 조치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을 다시 웃돌게 됐다. 연준이 지난 7월 재차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상회했다. 이후 지난 8월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인상 조치로 양국이 같아졌으나 이번에 다시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도 올해 남은 10월, 11월 두 차례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이번 자이언트 스텝 이후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나 물가가 더 뛰거나 외국인 자금이 유출 조짐을 보이면, 금통위가 7월에 이어 다음달 다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