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뉴욕서 30분 회담, 과거사 문제 등 언급 없어
韓 '약식회담' vs 日 '간담' 규정…양국간 형식도 이견
2022-09-22 김연지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유엔총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만나 양국관계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북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유했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 보상 등 과거사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자 회담은 21일(현지시간) 양자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한 빌딩의 회의장에서 약 30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에 찾아가 만남이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 약식회담 결과 서면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당국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고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했다.
또 "양 정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상호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해 나가자는 데 공감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일정상회담을 두고 양국의 기싸움이 이어지던 가운데 이뤄진 이번 한일 정상 회동은 시작 전까지 '철통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TBS방송은 회담에 참석한 한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회담은 앉아서 진행했으며 분위기는 진검승부였다. 윤 대통령이 더 많이 말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의 만남을 두고 우리 대통령실은 약식 회담이라고 발표한 반면 일본 정부는 '간담(懇談)'이라고 표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두 정상이 약 30분간 간담을 나눴다"며 "양국 관계 최대 현안인 옛 '징용공' 문제에 대해 구체적 진전은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징용 문제 해결을 전망할 수 없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시기상조로 판단해 공식적인 '회담'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의 관계 개선에 대한 자세는 평가하고 있으므로 비공식 '간담' 형식으로 대화에 응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만남을 '간담'이라고 표현한 것은 양국 정상 회동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간담이란 규정에는 사전에 의제를 정하고 진행한 정식 회담이 아니라는 인식이 담겨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양국 정상의 만남을 두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 첫걸음을 뗐다"며 "한일 간 여러 갈등이 존재하지만 양 정상이 만나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일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만남을 가진 뒤 2년 9개월 만이다. 기시다 총리 취임 후 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