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뇌물비리직원 출국 ‘사전 모의설’

귀국 시한 넘겨 의혹 증폭…시민단체 의혹 없는 수사 촉구

2005-09-09     김윤정 기자

대전시청 공무원 뇌물수수와 관련해 일부 건설사들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사를 벌이고 있는 충남지방경찰청 사건 담당자는 "뇌물을 준 삼성중공업 관계자의 경우 일본에 머물며 치료를 이유로 계속 출두를 미루고 있다"며 "8일 귀국하는 즉시 체포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8일 최 모씨는 귀국 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건설현장 현장소장인 최 모 씨는 건설본부 공무원에게 턴키발주 평가시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지난해 4월 1천600만원을 뇌물로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 홍보실 한 관계자는 "출국 전에 경찰의 소환을 통보 받지 못했고 만약 통보 받았다 하더라고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일본 출장을 미룰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이 늦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위적으로 귀국을 늦추는 것은 전혀 아니다"며 "치료를 목적으로 머물고 있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대전지역의 여론은 "삼성이 초일류기업이라고 외치기만하지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행태는 4류 회사만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씨의 출두가 늦춰지는 바람에 경찰의 수사가 지연되면서 삼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건설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역시 삼성이다. 파문이 가라앉아 시민과 언론의 관심이 멀어 질 때 까지 귀국을 미루겠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 '대전K'도 "삼성중공업은 비겁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으며 경찰의 수사를 피해가려고 하는 건 대전시와 대전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삼성중공업 직원의 출두회피에 대해 맹비난했다.

아이디가 'Hasq11'인 네티즌은 "죽을병도 아닌데 왜 귀국을 미루냐"며 "귀국을 늦추면서 증거를 없애고 조작하려고 하는 것이다. 수사관을 파견해서라고 잡아서 수사해야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수첩’ 판도라상자 열리나?

한편 충남지방경찰청이 공무원에게 가장 많은 뇌물을 준 것으로 알려진 계룡건설에 대해 지난 8월 30일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결과 대전시청 공무원 주모 씨의 수첩이 발견됐다.

시민들은 경찰이 드러난 비리를 모두 파헤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수사의 결정적 증거가 된다고 알려진 주모 씨의 수첩을 공개하고 그 내용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리를 뿌리 뽑는 유일한 방법은 경찰이 뇌물수첩 공개를 통해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며 "뇌물수첩의 내용만이 이번 '뇌물수수' 사건의 진실을 풀어줄 열쇠"라는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수사 중이란 이유로 수첩의 내용을 공개 하지 않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도 대전시와 건설업체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확대와 비리공직자에 대한 대전시의 엄단을 촉구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송인준 상임대표는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대규모 비리사건에도 불구하고 대전시가 감싸기식의 안이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단체는 "이번 건설비리사건에 앞서 소각로 비리사건, 다림비전 주식로비사건, 소각로 비리, 골재비리, 떡값 수수 등 공직자 비리가 연례행사가 처럼 되풀이 돼 왔다"며 "그럼에도 형식적 반부패 선언 외에 실질적 감찰과 업무혁신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전시 공직비리 감찰 책임자가 '비리 금액이 작다'는 식의 엉뚱한 해명을 하는가 하면 '유관기관에 재직중인 선배가 후배인 공직자들에게 소액의 행사비를 찬조한 것에 지나지 않는 일'이라며 비리를 축소하고 감싸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노당 이영순 의원은 경찰이 지켜야할 원칙을 대시민 선언을 통해 밝히고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성역 없이 수사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계룡건설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부사장이 경찰청을 방문 하는 건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제발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시민들의 의혹을 받지 않도록 적절한 행동을 취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