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연속 '자이언트스텝' 예고…10월 금통위 '초강수' 불가피

매파 발언 쏟아낸 파월...IB들 "긴축 속도조절 물건너가" 이창용 "美 최종금리 전제조건 바뀌었다"...빅스텝 시사

2022-09-22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6월과 7월에 이어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으로 전례없는 일이다. 경기침체는 각오할지언정 물가는 잡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행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에서 3.00~3.25%로 인상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간 금리는 한 달여 만에 재역전됐다. 국내 경제계에서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지게 됐다. 한국은행이 또 다시 기준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연준이 6월에 이어 7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결심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한국의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진 바 있다. 한은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8월 0.25%포인트를 인상했다. 그 결과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수위는 같아졌다. 하지만 미국이 9월에도 재차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0.75%포인트로 다시 벌려 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0월과 11월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고민이 커지게 됐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촉발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는 수입 거래에서 한국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해소될 때까진 고강도 금리 수위를 계속 유지할 뜻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2%)에 근접하고 있다는 뚜렷한 확신이 서기 전까진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미 연준의 긴축 강도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11월에도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점치고 있다. 씨티는 “연준의 조치는 당사 기대보다 더 매파적”이라며 “11월 0.75%포인트, 12월 0.5%포인트, 내년 2월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해 최종 금리가 4.5~4.7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전망보다 0.25%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씨티 전망에 내년 3월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더해 최종 금리 4.75~5%를 예상했다. UBS는 “연준이 11월 0.75%포인트, 12월 0.5%포인트 인상에 나서지만 내년 2월 FOMC에선 금리 인상을 멈춘 후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진 파월 의장이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잡으면서도 경기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쳐왔으나 이젠 더 깊은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IB들은 평가했다. 한편 '매파' 일색이 된 미 연준의 행보에 한은도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FOMC 회의 결과를 지켜본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 기대가 바뀌었다"며 "이로 인해 물가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검토해서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올릴 것이라는 기존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지난 수개월 간 제가 드렸던 포워드 가이던스는 조건부다. '어떤 조건이 유지되는 한'이라는 전제 조건을 갖고 있다"며 "그 이후 가장 크게 변한 전제 조건은 미 연준의 최종 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언급했듯 미국의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한 달 새 바뀌어서 4% 수준에서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음 금통위까지 2~3주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제조건의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 이후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어느 한쪽을 결정한 것은 아니고 전제 조건을 벗어난 것이 물가와 어떤 상황에 영향을 줄 것인지를 검토해 다음 회의 때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겠다"고 했다. 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에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육박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환율이 과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쏠림현상에 적절히 대응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추후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해도 경제가 충분히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은만의 판단이 아니라 모든 분들이 같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며 한은으로서는 물가가 제일 중요한 관건"이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