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 숨소리도 듣겠다던 정부 어디갔나

2023-09-22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국민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그 뜻을 잘 받들겠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회견에서 밝힌 다짐이다. 공허하다. 숨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했는데 숨이 넘어갈 지경인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이 미덥지 않다. 작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건지 ‘큰 그림’도 안 보인다. 대통령이 출근길에 툭툭 던지는 말에 대한 믿음도 약해지고 있다. 대통령은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지만 어떤 국민이 우선이냐고 따진다면 ‘보이지 않는 국민’들이어야 한다. 윤 정부가 바라보는 국민이 누구인지 의문이다. 
이광표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가족에 대한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취약계층은 매일 밥 한끼 챙겨먹는 걸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코로나19 사태를 묵묵히 버텨왔던 자영업자들은 한푼이 아쉬운데 부자감세와 지역화폐 전액 삭감 같은 비정한 정책들에 서럽고 서러울 뿐이다. 아직도 재난 재해에 비극의 한 복판에 선 약자들의 장면이 아른거린다. 한반도를 불안에 떨게 했던 태풍과 기습 폭우 같은 재해는 늘 공평하게 불어닥쳤지만 생명과 삶의 터전을 크게 위협받는 쪽은 늘 사회 약자였다.  반지하 주거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한 가족의 사연이 담긴 현장을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고 내려다본 대통령이 아직도 반지하를 떠나지 못하는 수십만명의 존재를 얼마나 헤아릴지 의문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엎친데 덮친격 국가 경제가 비상상황이다. 천정을 모르고 치솟던 환율은 22일, 급기야 1400원을 돌파했다. 13년 6개월만이다. 미국의 긴축 강도가 더 세지면서 금리는 내년까지 계속 오를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연히 빚더미에 앉은 국민들은 벼랑 끝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나라가 어려우면 국민이 고통 분담을 하자는 목소리는 역사적으로 늘 반복돼왔다. 하지만 이를 수용하려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그런데 국정 지지율은 여전히 30% 안팎이고,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의 구설수와 설화는 쉬지 않고 나온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대통령실 이전 청구서가 그렇다. 면밀한 검토를 거쳤다며 국민들과 공감대 없이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였었다. 그런데 돌아오는건 국민들이 몰랐던 혈세 투입이다. 최근 보여준 외교행보도 '촌극'의 연속이다. 별세한 영국 여왕을 조문 하겠다며 떠난 해외순방은 조문도 못하는 외교 참사로 시작했다. 일본 정상과의 회담은 '회담'이냐 '간담'이냐 양국간 입장차이만 부각시키며 굴욕외교 논란으로 비화됐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불발됐고 국가경제의 명운이 걸린 '인플레 감축법'은 제대로 얘기조차 못 꺼냈다. 되려 40여초간 나눈 환담 뒤 대통령의 욕설 논란만 불거지며 '국격'에도 심각한 금이 갔다.

현 정부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희생은 늘 경제적 약자들의 몫이었다. 복합위기에 빠진 경제상황인데 다시 약자들만 불안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 되던 날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겠다며 '분골쇄신' 하겠다고 했다. 조언드린다. 숨소리 말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