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호사카 유지 "日, 韓 체면 세워줬으니 보답하라는 속셈"
매일일보 인터뷰, 한·일 정상 만남 평가
日 정부·국민 "한국 정부 발표에 대해 비판적 시각"
"결국 지소미아·수출규제 완화 요청할 듯"
2022-09-22 김연지 기자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만남과 관련해 "일본 내에서 이번에 한국 쪽의 얼굴을 세워줬다. 한국이 그에 대해 보답을 해야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호사카 교수는 22일 매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변진일이라는 일본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유명한 사람이 두 정상의 회담소식을 알린 교토통신 보도에 이런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 전문가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많은 기사를 내는 사람으로 한반도 전문가에게 이번 회담이 이렇게 비춰진 것은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잘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일정상회담을 두고 만남 성사 전부터 논란이 있었는데.
"모양새가 좋지 않게 만남이 이뤄졌다. 외교는 언제 회담을 하는지 일정을 합의하고, 어떤 식으로 발표하는지까지도 합의를 한다. 그게 외교의 원칙인데 이번에는 거기서 많이 벗어났다. 한국이 먼저 회담 성사 발표를 하고, 일본이 아주 불쾌감을 나타냈다. 아사히신문에서 보면 '그렇게 하면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일본 측이 상당히 불쾌감을 나타냈다. 외교라는 것은 원칙이 있는데 우리 정부가 선을 벗어난 행동을 했다. 좀 조급한 면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일본에서도 정상회담이 없다고는 안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고,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산케이 신문에서 보면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항의했다면서 오히려 이러한 것이 한일 관계 악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회담형식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고 있는 행사 건물에 찾아가서 만남이 이뤄졌다. 대통령실에서는 표면적으로 약식 회담이지만 회담이 성사됐기 때문에 홍보 차원에서 많이 이야기하겠지만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는 '이번에 한국 쪽의 얼굴을 세워줬다. 그래서 한국이 거기에 대해 보답을 해야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일본은 이것을 회담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 내의 평가는 어떤가.
"교토통신 보도의 다른 댓글을 보면 일본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결국 만남을 수용했다는 데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강제징용 등 한일 관계 여러 현안들 중 한국이 일본이 원하는 답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왜 30분이나 만났냐며 기시다 총리에 대한 굉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공식적인 내용 발표는 전혀 없었고, 배석한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이 보도가 됐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거의 많은 말을 했다. 분위기는 굉장히 진검승부였다'고 했는데 그 말은 화기애애한 정상회담은 아니였다는 의미다. 또 기시다 총리가 UN총회에서 '북한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했는데 일본 측에서는 북한 관계에 있어 한국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회담에 응하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도 나온다."
-정부가 성급하게 발표하면서 첫 단추가 잘못 꿰인 건가.
"아무래도 일본 정부 및 일본 국민들은 왜 합의가 안 된 것을 먼저 흘리냐며 정상회담 관련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정상회담은 서로가 합의하고, 합의문까지 합의해서 발표하는 것인데 이걸 한국이 어겼다. 일본 사람들은 원칙에 대단히 집요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성과 위주로 보기 때문에 '진짜 회담의 시작, 앞으로의 소통'이라며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소통의 내용'이 문제다."
-내용이 문제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윤 대통령이 그랜드바겐을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이뤄질지 봐야 한다. 일본에서 우리에게 별로 의미 없는 것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금 일본이 원하는 것은 지소미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일본의 전문가들도 지소미아, 수출규제 완화를 언급할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 일본은 지소미아를 필요로 하는데 우리는 미국에서 정보를 다 받기 때문에 결국 일본만 원하는 것을 다 얻어가는 그랜드바겐이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