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수수료 깎인 카드사 ‘대출 드라이브’

은행·캐피털 다 줄었는데…카드사 가계대출 ‘1조원’ 급증 영업환경 악화 대응 위해 여신 사업 확대한 영향

2023-09-25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전 금융권에 걸쳐 가계대출 둔화세가 뚜렷한 반면, 카드사들은 여신사업 강화를 통해 외형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빅테크의 결제시장 진출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하자 대출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카드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43조357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8%(1조978억원)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권과 캐피털에서 가계대출이 각각 10조원, 1900억원 줄어든 것과 정반대다. 대출 유형별로 보면 현금서비스와 일반 가계대출금은 늘고 카드론은 줄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은 2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7조2000억원) 대비 3.7%(1조원) 늘었다. 반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이용금액은 올해 상반기 10.7%(3조1000억원) 감소한 2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론이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게 된 데 따른 풍선효과로 분석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구입자금 대출 등 일반 가계대출금이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롯데·하나·우리카드 등 8개 카드사가 보유한 가계대출 잔액은 2조7032억원이다. 2020년 3월 말(1조3082억원) 대비해선 불과 2년만에 106%(1조3950억원) 급증했다. 카드사별로 보유한 가계대출 자산규모를 보면 1분기 기준 신한카드가 1조3862억원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카드 4680억원, 우리카드 3808억원, 롯데카드 2366억원, 비씨카드 1413억원, 삼성카드 447억원, 하나카드 403억원, 현대카드 51억 순이다. 현재 금리 상승과 금융자산 가격 하락,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금융권 부실여신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2021년 7월 0.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는 올해 8월 2.5%로 5배 상승했고, 가계대출 신규 취급금리는 2020년 8월 2.55%에서 4.52%로 약 1.8배 상승했다. 카드업계도 중·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경기침체 시 급격한 자산 부실화에 빠질 수 있다. 한신평 측은 작년 카드사 합산 순이익에 가계대출 부실로 인한 대손상각비 증가를 반영할 경우, 순이익 감소폭이 무려 423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금융업권과 다르게 카드사들은 ‘고정이하여신’이 감소세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631억원 늘었지만, 카드사에선 485억원 줄었다. 고신용 고객 확보 차원에서 다른 업권과 달리 올해 대출 금리를 인하한 점이 카드대출 건전성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 역시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채무 부담이 가장 큰 자영업자 등 차주들에 직·간접적인 금융지원이 지속하고 있고, 이달 말 종료 예정인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도 추가 연장 조치가 논의 중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는 새출발기금이 도입되는 등 금융지원을 통한 부실 관리가 선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카드사의 경우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가계대출 확대 유인이 높았다”면서도 “올해 상반기 카드사의 핵심 대출 상품인 카드론의 취급실적이 감소한 점을 고려할 때, 카드 대출 수요도 전반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