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규모 공채에도 구조조정 지속…명퇴 늘고 점포 줄고

정부 압박에 청년 일자리 창출...비정규직 비중도 '쑥' 상반기 역대급 희망퇴직…채용 늘려도 직원·점포 '뚝'

2023-09-25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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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디지털 전환을 명분으로 점포와 인력을 줄이던 은행권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대규모 신규 채용에 나서기 시작했다. 인원을 배치할 점포는 줄고 있지만, 오히려 신입 및 경력 직원 채용을 확대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하반기 채용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5가지로 압축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신규 인원 채용 △예대금리 차이에 따른 사회적 비판 해소 △IT분야 활성화 △희망퇴직에 따른 결원 보충 △본점, 영업직 등 부족한 인력 배치 등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금융권에서도 대규모 채용을 하지 못했다”며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부터 은행별로 신규 인원 채용 확대를 검토하고 시행에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불황 속에서 4대 시중은행 모두 좋은 실적을 벌이며, ‘이자장사’ 논란에 휩싸였던 점도 채용확대의 압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추가로 국정감사 준비 기간에 맞물려 점포 감소와 임직원 감축 문제까지 불거지면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이달 중순 발표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은행권의 점포 감소와 임직원 감축 현상은 뚜렷하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 사이 KB국민은행(1062곳→914곳), 신한은행(865곳→784곳), 우리은행(876곳→768곳), 하나은행(775곳→613곳) 모두 점포수가 줄었다.

일각에선 신입 채용이 늘면서 그만큼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바람도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근로 처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비정규직 채용 또한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은행들이 밝힌 채용규모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직자 재채용 또는 전문직 채용이다. 정규직은 줄었는데 비정규직은 증가하면서 전체 직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8.3%에서 10% 수준으로 확대됐다.
 
은행의 신입 채용이 늘면서 향후 명예퇴직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입직원 채용 여지가 많아 진 것은 그만큼 상반기 감원으로 많은 인력이 빠졌기 때문"이라며 "명예퇴직이 신규 채용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 문제를 고려하면 명예퇴직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4대 시중은행들은 늘어나는 이익금에 비해 은행 직원 및 점포수는 지속적으로 감축해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최근 10년, 4대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대비 임직원 및 점포수 증감 현황’ 자료를 받아본 결과, 2021년 4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당기순이익은 9조2487억원으로, 10년 전 2012년 당기순이익 5조4613억원 대비 69.3%(37874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 임직원수는 6만4556명에서 5만8405명으로 약 9.5%(6151명)가 감소했다.  점포수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4대 시중은행 점포수는 전국적으로 4137개였으나, 2021년에는 3079개로 약 25.5%(1058개) 감소했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이 점차 발달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은행권은 비용절감을 위해 비대면 금융서비스, AI은행원 도입 등 기존 은행원을 대체할 금융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에 각 시중은행들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과 점포수 감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에는 점포 통폐합으로 노령층 등 금융이용자 불편 가능성이 제기되자 최근 들어 우체국 창구 제휴, 공동 점포 활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은 “4대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과 이자수익을 기록했지만, 이런 배경에는 은행원과 점포수 감축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점포수 감축은 장애인,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의 인력과 점포수 감축 문제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