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 구하려 보증금 깎아주고 옵션제공...‘갭투자 후폭풍’ 깡통전세도 ‘비상’
전세 매물 1년새 2배 이상 '쑥'···입주 여파에 세입자 '실종'
수도권 아파트도 전세-매매 격차 수천만원 수준으로 '뚝'
2022-09-26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전세물량 증가‧월세선호 현상에 '세입자 모시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수요 위축으로 전세 매물이 누적된 영향이다. 갭투자들이 신규 세입자 찾기에 난항에 빠진 가운데, 전셋값이 매맷값을 추월하는 '깡통전세' 위험도 커지는 중이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전월세 매물은 이날 기준 24만10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11만8012건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월세 매물은 전국의 모든 시도 지역에서 늘어났다. 인천과 경기에서만 약 9만1400여 건으로 전년비 2.5배 가까이 늘어났고, 서울의 경우에도 6만1356건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신규 임대차계약 수요가 줄어든 데다, 금리 인상에 월세를 찾는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다. 전세 매물이 누적됨에 따라 대규모 입주가 시작된 일부 지역에서는 수도권 신축 아파트임에도 2억원 안팎에 전세 매물이 나오는 중이다.
올해 3만9000여 가구가 입주하는 인천의 '검단신도시2차디에트르더힐' 전용 84㎡ 아파트는 현재 1억9000만~2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이달 입주가 마감되는 경기 수원 광교의 '매교역푸르지오SK뷰' 또한 전용 74㎡아파트는 2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오는 중이다. 저렴하게 나온 매물들은 대부분 '선융자'가 있는 계약이다. 원하는 가격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대출을 받아 분양 대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집주인들은 세입자 찾기 위해 일부 에어컨과 건조기, 세탁기 등 주거 옵션까지 추가하면서 매물 홍보에 나서고 있다. 수원 매교동의 한 중개업자는 "임차인이 확 줄어들면서 두 달 새 전셋값은 30평대 기준으로 1억원 정도 내렸다"면서 "금리 인상의 여파를 실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축 전셋값 하락하면서 인근 전셋값과 매맷값도 함께 영향을 받는 중이다. '검단대광로제비앙센트럴포레' 전용 61㎡ 주택은 지난달 3억353만원에 매매거래됐다. 전세는 올해 들어 최고 2억9000만원에도 거래됐으나, 집값이 하락하며 둘 사이의 간격이 좁혀졌다. '검단e편한세상' 전용 84㎡ 또한 연초 전세 최고가인 3억3000만원과 유사한 3억5500만원에 지난 5월 매매됐다.
수도권에서는 신축 입주 아파트가 전세 수요를 소화함에 따라 인근의 기축 아파트와 빌라 등으로 역(逆)전세 난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갭투자 매매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던 지역을 중심으로 매맷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도 취득세 부담이 없는 공시지가 1억원 이하 또는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깡통전세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 평택 '이한렉스빌플러스' 전용 27㎡ 주택은 지난 7월 전셋값 1억2000만원, 매맷값 9600만원에 거래됐다. 강원 원주시 태장동의 '현대' 아파트도 같은 달 1억4500만원에 전세, 1억500만원에 매매계약됐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전세가격이 따라 올라가는 만큼, 시장 안정이 이뤄지기는 시기 전셋값도 안정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고금리 정책이 이어짐에 따라 보증부 월세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며 "또 입주가 많은 지역은 전셋값이 내리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