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북한 역시 우리를 향해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과 대만의 갈등 양상이 격화되면 미국의 시선이 중국과 대만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북한의 도발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진단이다. 특히 주한미군 병력의 일부 이동 가능성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VOA 등 외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상황에 군사력을 투입한다면 한국도 지원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에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 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CNN의 물음은 한국의 미국 지원이 핵심이지만,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 분쟁에 대응하기 전에 한반도 방위 공약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뜻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만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 중에 어느 게 우선하는지 고르는 건 내가 미국 당국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라며 "두 가지 다 미국이 지켜야 할 어떤 가치가 아니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만 해협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입장이 모호하지 않고, 분명하다"면서 "대만 문제와 또 대중국 정책,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제가 질문을 받더라도 그 답은 변하지 않고 일관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대만 해협과 같은 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있지만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임박한 위협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라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관련 "미국과의 동맹은 경제 분야 및 최첨단 기술로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세계 시민들의 자유를 확대하고 국제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과학자들에게 물어볼 때마다 과학자들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기술이 발전돼 있기 때문에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군인에게 물어보면 미국의 군사력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최강이기 때문에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시스템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근접시켜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모든 잠재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 가장 도움이 되고 우리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저는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대만과 중국의 분쟁에 미국의 관심이 집중되면 상대적으로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따라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감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해석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북한의 핵 무력 정책 법제화 발표 이후 첫 무력 도발이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번째 미사일 발사다. 북한의 도발은 미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부산항 입항과 한미 해상 연합훈련을 겨냥한 무력시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준비 동향도 포착한 바 있다. 이에 군 당국은 함경남도 신포 일대의 관련 활동을 감시하고 있으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26일(한국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해당 지역(신포일대)을 포함해 관련 시설과 활동들에 대해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추가 도발에 대비해서 관련 동향도 예의주시하면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통일부는 유관 부처 등과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북한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나갈 계획"이라며 "북한은 이러한 도발로는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가 제안한 대화와 협력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