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신세계 영등포점 오픈 앞두고 경쟁구도 본격화
9개월간 영등포 상권 독점해온 롯데…상권사수 행보 나서
신세계 ‘명품 마니아 공략’ vs 롯데 ‘주고객인 젊은층 타깃’
서부상권 둘러싼 유통대전 막 올라…영등포, 유통타운 구축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영원한 유통맞수 롯데와 신세계가 서울 서남부 상권의 중심지인 영등포에서 다시 맞붙는다. 신세계백화점이 9개월간의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오는 16일 영등포점을 재개장하게 되면서 이 지역 맹주인 롯데백화점과의 ‘유통명가’ 자존심을 내건 한판승부가 예고되고 있는 것. 우선 ‘도전자’ 신세계는 매장면적을 4배 이상 넓히고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영등포 상권의 원조 백화점’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이에 ‘챔피언’ 롯데측은 증축공사와 함께 영패션전문 매장 강화로 맞불을 놓는 등 영등포 상권 수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신동빈 롯데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오너 2세들이 신유통대전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등포대첩’의 최종승자가 누가될 것인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신세계는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영등포점 재개장을 통해 3년 내에 영등포 지역을 비롯한 서울 서부상권의 1번지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상권탈환’ 나선 신세계
지난 1984년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서울 서부상권에 들어선 최초의 백화점으로, ‘신세계의 제2의 심장’으로 불리며 영등포 상권을 장악해나갔다. 이런 가운데 1991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인근에 들어서면서 판세는 뒤바뀌게 됐다. 7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오픈한 백화점인 만큼 롯데는 규모, 제품의 다양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신세계를 앞섰고, 결국 매출도 월등한 차이를 보이게 됐다. 심지어 신세계 영등포점은 ‘서부상권 최초의 백화점’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와 달리 신세계 전지점 중 가장 적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폐점 논의까지 오갔을 정도였다는 것. 결국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지난해 11월 영업을 종료하고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에 돌입했다. 물론 무작정 공사에 돌입한 것은 아니었다. 신세계는 영업종료에 앞서 자사 영등포점과 앞뒤로 나란히 붙어 있던 경방필백화점과 20년 위탁경영계약을 맺고 제2의 도약을 꾀했다.신세계 영등포점 10,016㎡(약 3,030평㎡)과 경방필백화점 (26,645㎡, 8,060평)을 합쳐 개장하게 되면 43,174㎡(약 13,060평)까지 증축이 가능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35,372㎡, 약 10,700평)의 규모를 앞서게 되기 때문이다.특히 오는 16일 재개장하는 신세계 영등포점은 경방(주)을 재개발해서 만든 대형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 내에 자리 잡게 되면서 많은 영등포를 비롯한 수도권의 많은 인구가 몰리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화점, 호텔, 영화관, 대형할인마트, 대형서점 등을 포함하고 있는 타임스퀘어의 규모는 연면적 362,000㎡(109,500평)로 매머드 급이다.또 신세계는 타임스퀘어 내에 백화점과 함께 자사 계열사인 이마트 영등포점(14,082㎡, 4,260평)까지 오픈하게 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됐다.“3년 내 서남부지역 1위 석권할 것”
재개장과 함께 황금노른자위의 중심에 서게 된 신세계는 새롭게 출발할 영등포점이 옛 명성을 되찾는 것은 물론 그간 롯데백화점(영등포)와 현대백화점(목동)이 양분하고 있던 서남부 상권의 선봉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년 내 서남부지역 1위’라는 목표도 세웠다.이와 관련 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는 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매장이 처음 문을 열면 보통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이지만 3년 안에는 경쟁사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며 “우선 내년 말이면 국내 상위 톱10중 반수는 신세계백화점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석 대표는 이어 “신세계만이 갖고 있는 고객을 위한 지식노하우를 펼쳐 고객의 니즈(Needs)의 다양성 등에 대응해 서부상권 1번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군선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장도 “그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우리가 매장을 리뉴얼하는 기간 동안 영등포상권을 독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출이 신장될 수 있었다”며 “우리가 재개장하게 됨으로써 롯데는 역신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신세계 관계자들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신세계측 한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그간 작은 규모 등으로 인해 상품의 다양성, 편의시설 등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리뉴얼을 통해 그간의 불편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우선 교통혼잡 방지와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2,100대의 차량의 주차가 가능하도록 주차면적을 대폭 늘렸다. 롯데 영등포점이 1,200대의 주차면적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약 두 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또 첨단 주차위치 확인 시스템도 구축했다. 주차장에 자동차가 들어서면 주차장 내 설치돼 있는 카메라가 차량번호와 주차위치를 확인하게끔 돼 있어 쇼핑을 하는 동안 자신의 차량을 어디에 주차해놓았는지 까먹게 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20여개의 명품매장도 신세계의 자랑거리다. 롯데백화점(2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그동안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일로 꾸몄다는 게 신세계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데, 증축∙차별화 전략 등 상권사수 태세 돌입
하지만 ‘유통공룡’ 롯데가 신세계의 이 같은 공격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롯데 역시 한바탕 격전을 치를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롯데 영등포점은 오는 10월 기존 8층 건물에 2개 층을 더 올려 10층으로 만드는 증축공사에 돌입, 20011년 1월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공사가 완공되면 4만㎡(약 13,000평)로 증축돼 새단장한 신세계 영등포점의 규모와 별반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또 신세계측이 명품매장에 공을 들임에 따라 10여개의 명품 브랜드를 새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젊은 고객층을 위한 영패션 부문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들을 위한 카페공간, 멀티미디어 존을 마련하는 등 신세계와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실제로 조태학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젊은 층의 비중이 높은 영등포 상권의 특성에 맞춰 카페와 문화공연홀 등의 공간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 영등포점은 여러 층에 분산돼있던 영패션 관련 매장을 지상 3~6층으로 통합하고 1층은 명품, 2층은 화장품 매장으로 새로 꾸며질 예정이다.마지막에 웃는 유통 1인자는?
특히 이번 롯데-신세계 대결구도가 재계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최근 롯데가 부산 센텀시티, 파주 아울렛부지 확보전 등에서 신세계에 연거푸 자존심을 구긴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까닭에 더욱 굳은 각오를 다진 롯데 영등포점은 초반 기세를 잠재우기 위해 모든 판촉활동을 신세계 영등포점의 개장일 이후로 미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영등포 상권을 둘러싼 국내 양대 유통강자들의 대결에서 누가 웃게 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