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본유출·자산가치 폭락…기업 투자도 약해진다

삼성그룹 시총, 연초 이후 170조원가량 감소…외부자본 조달에 부정적 유가증권 시장서 외국자본 이탈…기업 채권・주식투자 손실 불가피 회사채 조달 어려워 단기차입 늘려…유동성 부담 커져 투자 위축 연결

2022-09-27     이재영 기자
국내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외화자본유출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 자산가치는 이미 폭락사태를 겪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최근 시가총액이 연초보다 170조원가량 감소한 상태다.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환보유액이 빠져나가는 추세라 기업 투자여력도 급감할 것이 우려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 감소하며 외화자본이 유출되고 있고, 이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배경이 된다. 기업들이 직접 채권과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어 그 평가손해가 발생하는 점도 사업활동 보폭을 줄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업 자산가치가 시장에서 폭락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그룹 시총은 연초 670조원대에서 최근 500조원대로 170조원 넘게 하락했다. 자산가치는 곧 담보여력으로 직결됨을 고려하면 최대 100조원까지 예상되는 ARM을 삼성그룹이 실제 인수하고자 할 때 자기자본 외 외부자본을 끌어오기가 전보다 힘들어졌다. 연초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한 LG그룹만 자산가치가 증가했을 뿐 나머지 그룹은 줄줄이 폭락사태를 경험했다. SK그룹이 연초 199조원에서 최근 130조원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연초 130조원에서 최근 112조원을 기록 중이다. 잇따른 신규 상장으로 자산가치가 연초 110조원까지 폭등했던 카카오그룹은 최근 47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전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한 한화그룹의 경우 인수 후 자산총액이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그룹 시가총액은 19조원선에 머물고 있다. 물론 대우조선해양 부채를 뺀 순자산은 2조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평가가치와 실물가치간 괴리가 크다. 기업들은 채권투자를 하고 있으며 만기 원리금 수취 목적이나 중도 매각 의도라도 그 평가손익을 당기손익 또는 기타포괄손익에 반영하고 있다. 또 관계기업 주식 역시 당기손익 또는 기타포괄손익에 적용한다. 전체적으로 자산가치가 폭락한 상황에서 이같은 손익이 줄어들 것도 불가피하다. 이는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매력도를 낮춰 외국자본이 이탈하는 현상으로도 연결된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 투자여력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원화가치 하락이나 국내 경제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도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국내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연초 4631억2000만달러에 비해서는 더 큰 낙폭을 보인다. 외환보유액 중 가장 큰 비중(90.5%)을 차지하는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 유가증권은 8월말 3949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달보다는 30.9% 오르는 등 월별 등락을 보이나 연초 4216억9000만달러 고점에선 급락했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까지 겹쳐 전반적인 기업 투자는 이미 움츠러든 모양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은 192억6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3.1%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기저효과였을 뿐 금리인상 등 대내외 투자여건 불확실성으로 인해 1분기에 비해선 25.7% 감소했다. 제조업만 보면 2분기 61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역시 전년동기대비 75.4% 증가했으나 1분기 95억5000만달러보다는 55.7% 줄었다. 시장별로 자국 투자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서 2분기 7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12%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투자 역시 전분기 89.8억달러보다는 감소했다. 코로나19 봉쇄에다 미국 견제까지 받고 있는 중국의 경우 2분기 12억2000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23.5% 감소했고 전분기 42억6000만달러에서도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설비투자지수는 6월과 7월 각각 0.7, 2.2 포인트씩 전년동월비 떨어졌다. 5월에만 5.4포인트 반짝 올랐을 뿐 4월과 3월에도 11.7, 5.4포인트씩 감소했었다. 자산시장 침체에다 금리까지 올라 기업들은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렵다. 이에 은행권을 상대로 단기 차입을 늘리면서 유동성 부담도 증가하는 형편이다. 지난 8월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년동월보다 8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달에도 12조2000억원 증가한 추세가 이어졌다. 대기업대출이 회사채 발행여건 악화로 증가세를 주도했다. 반면, 회사채는 투자수요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아 회사채 발행조건이 유리한 데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국가계획 등을 이행하는 공적기관만 발행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으로 금융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자본유출 현상까지 번지면 기업 투자 여력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최근 정부가 내놓은 융자지원책 외에도 외국자본을 국내로 되돌릴 방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