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중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가 매스컴을 도배하는 사이 더 중차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무역적자가 역대급으로 길어지고 국내 완성차의 친환경차를 제외한 모든 산업 분야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역사적 고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에 대한 불안감을 낳는다. 지금 배가 가라앉고 있는 골든타임은 아닌지 우선순위를 따져 국가적 담론을 바꿀 필요가 있다.
최근 대통령 발언 중에는 저출산 문제를 살핀 내용이 가라앉는 배와 연관성 있다. 경제 측면에서 부존자원이 부족해 인적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점은 지금 반도체 업황이 급강하하는 문제보다 더 치명적이다. 그것은 경제 체질에 대한 문제이며 장기적으로 국가가 쇠락할 수밖에 없는 외길이다.
윤 대통령은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부분은 원론적인 얘기로 옳고 그름을 따질 소지가 없다.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을 당부한 대목은 정치적인 해석도 가능하지만 출산율 저하 문제를 개선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주안점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려면 지역이 스스로 동력을 찾고 발전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있다. 지방균형발전을 강조한 부분인데 문제의 본질에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저출산은 곧 자살률과 관계 있다.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이 저하되면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2021년 국내 사망원인순위는 성별로 볼 때 남자의 경우 고의적 자해(자살)가 5위로 전년과 동일했고 여성이 8위에서 7위로 순위 상승했다. 특히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고의적 자해라고 한다. 40대, 50대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전체 인구 사망원인 1위는 암이지만 출산율과 좀 더 밀접한 세대에선 자살이 압도적이다.
경제도 발전해왔고 소득도 늘었지만 국민이 느끼는 불행은 가시지 않는다. 입시 경쟁, 취업 경쟁, 대출, 범죄, 개인투자 손실 등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국민이 느끼는 행복과 불행은 상대적이라는 원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 최근 수년간 아파트 값이 치솟으며 상대적 박탈감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했었다.
디지털전환 시대를 맞아 기업은 연관 신사업 투자를 늘리고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속에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고 임금을 올리면서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커졌다. 최근 대기업 임원 보수 인상률도 가파른 추세다. 이 또한 상대적 불균형을 낳는다. 임원 보수가 많이 오르면 직원과 격차가 커지고 IT인재에 대한 구인난이 심한 만큼 나머지 분야는 소외된다. 이런 단편들이 모여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출산율과 자살률 수치를 바꾼다.
내연기관차 성장은 둔화되고 친환경차만 성장하고 있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내연기관 사업을 축소하고 인력이 덜 필요한 친환경차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게 이윤창출 목적에는 부합한다. 무인화 시대로 흘러가는 산업경제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이처럼 기업이 이윤 한가지 목적에만 집중한다면 인구문제를 가중시킬 것이 예측된다. 포춘에서 20세기 최고 경영자로 선정됐던 잭 웰치는 가차없는 구조조정으로 재무성과를 높였다. 하지만 후에 이런 경영방식은 GE가 쇠퇴하는 원인이 됐다.
국가적 균형발전 과제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공멸하지 않기 위해 친환경 노력을 하듯 경제도 하루빨리 외골수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