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유통 트랜드 바꿨다
소용량·즉석 간편식품 매출 오름세
2013-10-01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아무래도 혼자 사니까 간편식이나 즉석 조리 제품을 주로 구입해두는 편이에요. 특히 묶음으로 판매하는 대용량 생수는 낱개로 구입할 때보다 저렴해 한번 사두면 제법 오랜 기간 식수로 이용할 수 있어 자주 구입해요.”자취 5년차인 직장인 박아름(31·여)씨는 장보기를 할 때 주로 즉석식 혹은 간편식을 구매한다. 생활용품의 경우도 1+1 등 행사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싱글족 중심의 소비패턴이 몸에 반영된 것이다.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지난해 말 현재 454만가구로 전체의 25.3%를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1.1%에서 2020년 15.9%로 4.8%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박 씨와 같은 1인 가구 즉 ‘싱글족’이 증가하면서 유통가의 트렌드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기존의 간편식을 좀 더 고급화하는 데 만전을 기하는가 하면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고기류와 채소는 물론 주류제품까지도 소포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롯데제과는 소용량으로 포장된 프리미엄 안주과자 ‘주셰프’를 출시했으며 풀무원은 2인 소인 가구를 위해 두부 한 모를 4조각으로 나눠 4컵으로 개별 포장한 ‘신선한 네모’를 선보였다.간편식이 인기를 끌자 식품업체는 기존의 간편식을 고급화하는 노력도 꾀하고 있다.대상은 최근 그랜드힐튼호텔과 신라호텔의 요리사 출신인 김규진 씨를 채용, ‘마늘찜닭’ ‘안동찜닭’ ‘매운양푼찜’ 등 3종의 간편식을 선보였다.편의점 미니스톱은 요리연구가인 에드워드 권과 함께 ‘코코넛 돈까스 도시락’을 자체상표(PB) 상품으로 개발하기도 했다.유통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다품종 상품이 인기를 모으면서 원하는 상품을 낱개로 골라 담을 수 있는 상품의 품목도 가공식품에 이어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으로까지 확대된 것. 실제로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골라 담기 상품 판매량이 올 상반기 동안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증가했다.이와 함께 컵밥, 덮밥류 등 1인 간편식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즉석밥’의 경우 상반기 동안 25만개가 판매되며 히트상품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대형마트도 소용량 식품에 집중하고 있다.이마트에서는 990원짜리 소포장 채소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롯데마트에서는 끓이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RTC(Ready To Cook) 제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133.7% 급증했다.소용량이 상대적으로 인기를 끄는 반면, 대용량이 뜨는 품목도 있다. 가정용으로 쓰는 2ℓ 생수다.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생수 2ℓ 매출은 작년 대비 28.9%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8월까지 11.1% 오르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이 같은 인기요인은 1인 가구가 직접 물을 끓여 먹기보다 간편한 생수를 가정에 비치하고 평소 식수로 사용하다 보니 1인가구가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에서도 대용량 생수 매출이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샴푸와 치약 같은 생활용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세븐일레븐의 1+1 등 생활용품 행사 매출은 전년보다 132.3%나 급증했다.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하면서 유통업체들도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과 제품군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1인 가구의 사회적 특성을 배려한 제품군이 앞으로도 우후죽순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