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규탄 안보리 결의 추진…"판도라 상자 열릴 것"
"군인 동반해 방문 투표…주민 진정한 의지 표현 아냐"
"짝퉁투표로도 못 불릴 코미디…러, 전세계 웃음거리 연출"
2022-09-28 김연지 기자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합병하기 위해 시행한 주민투표에 대해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가짜투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주민투표가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한 만큼 러시아는 영토 편입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CNN,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알바니아와 공동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의) 가짜 국민투표를 규탄하고 회원국들에게 우크라이나의 변경된 지위를 인정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하도록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VOA, AP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 23일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진행한 '주민투표'는 이날 종료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는 예상대로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됐다. 잠정 집계된 지역별 찬성률은 DPR 99.23%, LPR 98.42%, 자포리자 93.11%, 헤르손 87.05% 순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결과에 따라 러시아는 이들 지역의 영토 편입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르면 30일 4개 지역을 자국령으로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30일 러시아 의회에서 상·하원 연설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이번 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점령된 영토에서 벌어지는 코미디는 짝퉁 주민투표로도 불릴 수 없을 정도의 조작된 것이다. 러시아가 전 세계인의 눈앞에서 '주민투표'라고 불리는 웃음거리를 연출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가짜 투표를 '정상'으로 인정해 소위 크림반도 시나리오를 시행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합병하려는 또 다른 시도를 한다는 것은 푸틴과 더는 대화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면서 "우리는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돈바스(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하르키우주 내에 점령된 지역, 크림반도에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의 가짜 국민투표가 받아들여진다면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라며 "UN 헌장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이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데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로즈메리 디카를로 유엔 사무차장은 "투표는 투표소에서도 이뤄졌지만 군인을 동반해 투표함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했다"며 "주민들의 진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러시아 규탄 결의안 추진과 함께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150억 달러(약 21조4000억원)가 넘는 규모의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익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 원조를 할 예정"이라며 "며칠 안에 이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