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가계대출보다 이자 더 낸다
긴축 정책에 금융채 고공행진…연체 우려 확산
2023-09-28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를 웃돌고 있다. 기업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치솟고 있어서다.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금융채 금리 역시 영향 받았다. 기업대출 대부분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치중된 만큼 부실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8월 기준 4.45%로 가계대출 금리(4.42%)에 비해 0.03%포인트(p) 높았다. 지난 7월만 하더라도 기업대출 금리(4.08%)는 가계대출금리(4.36%)에 한참 못 미쳤다. 농협은행 역시 상황은 같았다.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4.26%로 가계대출 금리(4.21%)를 넘어섰다.
신한은행 기업대출 금리는 7월에서 한 달 만에 4.01%에서 4.34%로 0.33%p 올랐고,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4.07%에서 4.47%로 0.40%p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0.27%p 오른 4.47%로 가계대출 금리(4.33%)와 격차를 벌였다.
기업대출 금리는 금융채 금리와 연동돼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요 신용대출 상품 금리(금융채 6개월물)는 연 4.55~7.05%다. 지난해 말에 비해 1~2%p 뛴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대출 수요는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146조1000억원으로 한 달 새 6조원 불었다. 작년 말 대비 7.6%(80조4000억원) 증가한 수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9년 이후 8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중소기업대출과 대기업대출 규모는 동시에 불어났다. 중소기업대출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과 중소법인의 운전·시설자금 수요가 늘면서 5조8000억원 늘었다. 대기업대출 역시 2조9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비중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우월했다.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은 82.3%(943조 5000억원)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맡은 중소기업들은 하반기 경기 침체를 우려해 회사채 투자 계획을 연달아 철회했다. 이들 중소기업이 은행의 기업대출로 갈아타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부실 우려가 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높은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사업자만 놓고봐도 높은 금리를 제시한 대출이 많아졌다. 지난 26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서울 강동갑·기획재정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대출 잔액 이자율별 현황’에 따르면 3% 이상 5% 미만의 금리로 대출을 이용 중인 개인사업자 비중은 73.3%에 달했다. 일 년 만에 50.1%p 상승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