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무조건 할인’ 카드 불티
상반기 발급 1~5위, 전월 실적 없이 ‘일상 영역’ 할인 제공
고물가 시대에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 혜택 수요 늘어
2023-09-28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씀씀이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드 발급이 가장 많았던 카드는 전월 실적 관련 없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무조건 카드’였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영역에 할인 혜택을 집중하는 ‘상업자전용신용카드’(PLCC)도 인기다. 고물가 시대에 본인 소비성향에 딱 맞는 신용카드를 고르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28일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인기 신용카드 TOP 10’에 따르면 상위 5개 카드 모두 전월 실적과 관련 없이 할인 혜택을 주는 무조건 카드와 다양한 생활영역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가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발급 1위 카드는 ‘현대카드ZERO Edition2(할인형)’다. 올해 1분기에 이어 상반기 통틀어 가장 많은 발급을 받았다. 이 카드는 전월 실적 없이 국내외 모든 가맹점 이용금액 0.7%를 할인받을 수 있다. 대형할인점과 편의점, 음식점, 카페, 교통 등 생활 특화 할인에 2~3개월 무이자할부 혜택도 갖췄다.
일상 영역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도 인기가 많았다. 2위를 차지한 ‘신한카드 Mr.Life’는 전기와 도시가스요금 등 최근 인상이 예고된 월납요금(공과금)부터 대형마트, 편의점, 세탁소, 푸드 등에서 할인 혜택을 준다. 3위 역시 무조건 할인 카드였다. ‘우리카드 DA@카드의정석’은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0.8~1.3% 할인해 준다.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PLCC를 제외하고 폭넓은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가 인기를 끈 배경은 역시 물가 부담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물가 시대에서는 현금 대신 할인,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 사용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가 내년에도 현재 상황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올해 5.2%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기존보다 0.4%p 올린 수치다. 내년 소비자물가도 기존보다 0.1%p 상향 조정해 3.9% 상승해 고물가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상과 밀접한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진 만큼, 이와 관련한 할인 혜택에 집중하는 카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특정 영역에 할인 혜택을 집중하는 PLCC도 소비자들의 많은 선택을 받았다. 신한카드가 GS리테일과 함께 작년 8월 출시한 ‘GS프라임 신한카드’의 지난 4~5월 발급장수는 1~2월에 비해 114% 늘었다. 현대카드가 GS칼텍스와 협력해 출시한 ‘에너지플러스 카드 에디션2’도3~5월 평균 신규 발급량이 지난해 9월~올해 2월 대비 약 40% 증가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국내 물가도 많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소비를 줄이기 힘든 유통 분야에서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는 점이 고객들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로 해석된다”고 했다.
물론 아무리 좋은 혜택을 가진 카드라도 전체적인 소비 심리가 받쳐주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받기 일쑤다. 현재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심리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올 1월부터 5월까지 100이상을 유지했지만 6월에는 96.4, 7월 86까지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인 상황임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