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기' 빠진 금융시장...영끌·빚투족 '비명'

주담대 금리 7% 돌파...14년만에 8%대 목전 환율 장중 1440원 돌파..."상단 가늠도 어려워" 코스피 2200선도 붕괴...또 아시아 최대 낙폭

2023-09-28     이광표 기자
28일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패닉 상태에 빠진 금융시장 한 가운데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 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출이자는 눈덩이로 커지고 환율과 증시는 각각 상단과 하단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닫고 있다. 미국발 긴축 여파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돌파했다. 연말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4년 만에 대출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에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날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3~7.28%로 상단 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 약 2개월 전인 7월 16일(연 4.21~6.12%)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1.16%포인트, 하단이 0.61%포인트 뛰었다.
 
대출 금리가 연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잇따른 자이언트 스텝에 발맞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대로 오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거의 14년 만의 일이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7∼8%대 대출금리는 은행 직원 입장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일인데 저금리 환경에 익숙한 대출자들은 처음 겪는 금융 환경인 만큼 은행 상담 등을 통해 상환 계획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과 증시도 휘청거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8.4원 폭등한 1439.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3년 6개월만에 장중 144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영국발 '파운드화 위기'에 중국발 '위안화 위기' 우려가 겹치면서 달러 초강세를 더욱 심화시킨 게 결정적이었다. 원·달러 환율 폭등에 주가는 폭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4.57p(2.45%) 내린 2169.29에 장을 마쳤다. 패닉셀을 주도하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59억원, 1782억원을 순매도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22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2020년 7월 20일(2198.20) 이후 2년 2개월여 만으로, 지난 26일에 이어 이틀만에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특히 위안화가 달러당 7.2위안을 돌파, 14년래 최저를 기록하자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한국의 코스피가 2.45% 급락,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고환율 등 부정적 거시 경제(매크로) 환경과 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주가에 녹아들어 코스피가 연저점을 경신했다"며 "투자자에게 불편한 환경이 좀 더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