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금리인상發 RBC 하락에 비상
흥국·ABL생명·한화손보 등 RBC, 당국 권고 ‘턱밑’ 수준
자본확충 절실한 데 금리 인상 지속에 채권 수요 위축
2023-09-29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 건전성 규제 산출 규정을 일부 완화하면서 2분기 말 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개선됐지만, 중소형 보험사들은 여전히 건전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채권 발행에 나서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채권 수요가 하락해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9일 보험업계 따르면 흥국생명은 최근 후순위채 발행에서 기관투자자 유치에 실패했다. 흥국생명은 10년물로 5년 콜옵션이 설정된 후순위채 400억원을 발행하려고 했다. 또 ABL생명은 63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130억원 규모의 자금만 몰렸다. 10년 만기에 발행 후 5년 되는 해부터 기관투자자들이 조기상환하는 콜옵션 조건이다. 금리 조건은 최대 6.7%를 제시했다. ABL생명의 신용등급은 ‘A’등급이다.
한화손해보험 역시 최고금리 6.5%를 제시하며 8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으나 대규모로 미매각이 났다. 이밖에 롯데손해보험도 14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약 30%가량이 미매각 났다. 공모 희망 금리는 최대 6.9%에 달했다.
자금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보험사 채권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여기에 주요 금융회사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점도 조달에 어려움을 키운다. 우리은행의 경우 당초 27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들이 몰려 증액 발행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5년물 5.2%, 7년물 5.45%다.
보험사들은 현재 RBC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본확충이 절실하다. 올해 금리가 급등하면서 매도가능증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보험사들은 채권평가익이 크게 줄며 RBC가 크게 떨어졌다. 매도가능증권은 당장 되팔 수 있는 채권을 말하며 시가로 평가하는데 금리 하락 시에는 채권 가격 상승으로 RBC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금리 상승 시에는 반대로 작용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MG손해보험이 74.2%로 감독기준(100%)을 크게 밑돌며 RBC가 가장 낮다. MG손보는 현재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생보사 중에선 처브라이프생명보험이 145.7%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150%)을 밑돌았고, DB생명(150.2%), IBK연금보험(155.4%), 흥국생명(157.8%)이 150%대를 나타냈다. 또 국내 손보사 중에선 한화손보(135.9%), 캐롯손보(149.1%)가 당국 권고 수준을 밑돌았고, 흥국화재(154%)가 150%대를 나타냈다.
보험사들이 사옥마저 팔아가며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는 것도 모두 RBC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 시장에 보험사 물량이 너무 많은 데다 신용등급도 변변찮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형 보험사들은 금리 변화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