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사모펀드에 거액 투자하려다 ‘화들짝’
파생상품 투자 손실 관련 금융당국 중징계 방침에 투자 ‘전면보류’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던 것을 전면 중단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측에 따르면 블랙스톤의 미국·유럽 투자펀드에 3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교포은행인 한미은행에 대해서도 지분 투자를 하려다가 현재 보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우리은행 이사회도 취소됐고,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미국 뉴욕 방문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우리금융은 당초 블랙스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선진 투자기법을 전수받고 향후 은행권 M&A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투자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블랙스톤과 3천억원 규모의 우리PE를 통해 국민연금 메자닌펀드 위탁운용을 하고 있어 우리금융과 블랙스톤 투자를 통해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직접 블랙스톤과의 투자에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금융의 계획이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데다 과도한 투자라는 지적이 높았다.
특히 금융당국에서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과 관련한 중징계가 내려진 상황이고 우리금융이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언제 수익이 날지도 모르는 펀드에 장기적으로 돈을 묻어두는 투자를 하는 것은 투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금융당국 또한 투자 시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 미래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좋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이 파생상품 투자로 한창 시끄러운 마당에 또 다시 해외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관계자는 “꼭 금융당국이나 시장 분위기 때문에 투자를 보류한 것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어 잠정적으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블랙스톤은 북미와 유럽 등지에 중장기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조성해 투자하는 회사로, 해외 주요 연기금과 국부펀드가 주요 주주이고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다. 투자금액이 많은 중국투자공사(CIC)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