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코인사기 기준에 ‘부실 백서·허위공시·불공정거래’ 제시
2022-09-30 이채원 기자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코인을 상장한다고 속여 돈을 갈취하는 가상화폐 사기 범죄의 구체적 판단 기준이 새로 제시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 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블록체인 기반 웹툰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홍보한 뒤 투자금을 모집했다. 그는 플랫폼 내에서 유통되는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상장하면 최대 100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A씨가 이를 통해 모은 돈은 약 3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는 투자자들을 속인 적이 없고 정상적 사업을 추진하던 중 외부 사정 탓에 수익을 실현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가 코인으로 사기를 벌였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발행인과 백서의 부실 △허위 공시 △불공정 거래 유인을 제시했다.
발행인의 실체가 불명확하거나 ‘백서’에 중요사항을 적지 않거나 거짓으로 적는 경우, 시황이나 사업성에 대해 허위 공시·공지를 한 경우, 시세 조종에 따른 고수익을 내걸며 투자를 유인할 경우 정상적 사업이 아닌 사기 범죄로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충분한 자금력이나 사업 수완이 없었고 백서에 기재한 정보들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이 무산됐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투자금 대부분을 돌려막기 식으로 사용한 점과 시세조종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속인 점도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가상화폐·코인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관련해 사기죄 성립 판단 기준을 상세히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