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빙하기’ 공모가 줄줄이 인하
최근 2개월간 6개사 중 4개사, 흥행 실패에 공모가 낮춰
2023-10-03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기업들이 몸값을 낮추고 있다. 최근 두달 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의 67%가 희망 수준보다 공모가를 인하했다. 국내 증시가 연일 연저점을 갈아치우며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9월 두 달간 수요예측에 나섰던 기업 6개사 중 4개사가 공모가를 희망 수준보다 내렸다.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힌 쏘카는 최종 공모가가 2만8000원으로 희망 공모가 밴드(3만4000~4만5000원) 대비 최대 38%가량 낮은 수준에서 결정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에서 56대 1이라는 저조한 결과를 받았지만 공모가를 낮추고, 공모주 물량도 신주모집 455만주에서 364만주로 줄였다.
지난달 3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더블유씨피도 공모가 희망 공모(8만~10만원)가 대비 최대 40%가량 낮은 6만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하반기 기대주로 꼽혔던 더블유씨피 역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자 기존 계획과 달리 구주 매출 물량을 줄였다. 총 공모주식 720만주를 유지하는 대신 기존 투자자가 구주매출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구주매출 물량은 18.4%(165만9656주)에서 2.4%(17만2836주)로 축소돼 더블유씨피의 최대 주주 더블유스코프만 구주를 출회한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선바이오도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으로 희망 공모가 대비 최대 44%, 31% 낮게 공모가를 책정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계열사인 모델솔루션은 IPO 시장 침체 상황을 반영, 선제적으로 몸 값을 조정해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4월 예비심사 청구 당시 계획한 2만6000~2만9000원보다 낮은 2만4000~2만7000원으로 책정,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인 2만700원에 결정됐다.
IPO 기업들이 대어, 업종을 가릴 것 없이 몸값을 낮추고 물량 조정에 나선 것은 악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투자금 회수보다는 당장 증시 입성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6개월 내 상장을 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상장 시점을 미루더라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 미국이 내년까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예고하고 있어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